민주화는 분명 좋은 것이다. 고문경찰도 혼쭐이 나고 각종 비리도 파헤쳐지고. 그중에서도 구속된 양심수ㆍ재야인사들의 복권과 활동은 민주화가 피워낸 결실의 극치가 아닌가 싶다. 최근 결성된「전국민족민중운동연합」을 보노라면 지난 1년간 우리 앞에 닥친 변화의 엄청남에 거듭 놀라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민주화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들은 근로자들이라 여겨진다. ▼경제성장의 밑거름을 이루었으면서도 그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근로자들의 목소리는 5공화국말기, 그리고 6공화국에 들어서 연일 상승곡선을 그려댔다. 치솟는 목소리 다양한 요구를 담은 노동현장의 민주화는 균등하게 나누어받지 못해온 그들의 과거를 돌이켜볼 때 상당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병처럼 번지는 노사분규의 과정에서 선의의 희생자가 있다면 그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민주화의 바람이 교회라고 비껴 불지는 않는 모양이다. 최근 교회가 운영하는 여러 시설들은 노ㆍ사문제의 진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할 진통으로 받아들이기엔 사뭇 심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사업 그 자체나 영리보다는 복음화가 교회가 운영하는 제반 시설들은 이 세상에 속해있다. 이 세상에 속해있음은 곧 사회적인 속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교회의 딜레머는 바로 그 점일 것이다. 사회에 속해 있으면서 교회성을 잃지 않는 것, 「땅의 것」과「하늘의 것」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이라고나 할까. 교회가 펼치고 있는 사업ㆍ활동들은「교회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방편들이다. 물론 그것은「인류구원」이라는 최대의 명제를 수행키 위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알리고」「인류를 구원키 위한」교회의 활동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제반 시설을 운영하는 교회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의 빛이 흘러넘칠 때 교회는「세상의 것」과「하늘의 것」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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