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팔고 사는 소위인신매매 행위가 당국의 단속에도 수그러지지 않자 정부ㆍ여당은 관계법을 개정, 인신매매범을 최고 무기형(無期刑)으로 다스리겠다는 방침을 밝힌바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비인간적인 행위자들에게 중벌(重罰)을 가함으로써 인신매매 범죄를 근절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신매매 범죄가 형벌을 무겁게 가하는 것으로 근절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이유는 범법행위를 대한 처벌만으로는 범죄유발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통례(通例)를 봐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제도적 정치와 함께 인신매매가 발생 할 수밖에 없는 제(諸)요인을 제거해나가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돼있고, 얼마나 병들고 썩었기에, 사람이 사람을 사고 파는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가 횡행하고 있는가를 개탄이나 한탄만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구성원전체가 급하게 대책을 강구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할 것이다.
인신매매가 이루어지는 사회 환경을 분석해보면 그 요인을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인간존재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거나 아예 없는 점이라 하겠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고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하고 존귀하며 그 생명과 권리는 어떠한 국가 권력이나 집권자도 침해할 수 없는 천부적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임을 알고 있다면 그런 행위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사람을 개나 돼지처럼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고 팔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그 사람은 사람일수 없고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람을 본래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풍토가 시급히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은 남녀나 학력이나 연령이나 빈부나직위의 고하나 직업에 전혀 상관없이 하느님 앞에서 똑같은 존재임을 새롭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으로는 자본주의사회의 병폐증의 하나이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악폐인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가 돈벌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못된 토양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벌이만 되면 눈이 뒤집히고 이성을 상실해 사람을 팔고 사기도 하고 죽이기까지 예사로 한다.
따라서 이처럼 잘못돼있는 돈버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꿔지지 않고서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는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다. 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심적으로 착실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몫을 틀림없이 배분하는 사회조성이 더 급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분위기에 젖어있는 상황역시 비인간적 범죄를 자극하고 충동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결코 하루아침에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정책입안과 함께 사회구성원 각자의 자각과 개선의지가 결집되어야할 것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금년도 활동목표로 인신매매사범 처벌강화를 위한 특별법제정추진을 비롯 남성의 외도와 매춘행위를「범죄행위」로 의식화 하는 계몽운동 등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운동을 적극지지하면서 우리 가톨릭 교회의전국 여성단체들도 이 운동에 적극동참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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