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코펜하겐」에서 귀국길에 소련「타쉬켄트」공항에 잠시 기항한바 있다. 어디서나 비행기가 급유를 받는동안 승객들은 으례히 공항대기실로 안내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승객들을 따라 비행기 출입구로 향해 나아갔다. 입구를 바라보니 소련군인이 여권을 조사하고 일단 보관조치를 하지않는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행기에 남아있으면 더 어색할 것 같고 참으로 진퇴양난이었다. ▲다른 승객들도 자유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용기를 내어 내렸다.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움은 한밤중의 추운 날씨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다른 공항대기실 분위기와는 생판 달랐다. 상냥한 인사나 웃음, 인간적인 훈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기념물 진열장이 몇 개 있고 점원이 있었지만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없고 무표정한 점원도 판매에 무관심했다. 게시판은 전쟁 사진첩들이 붙어있어 이 나라만은 아직 전쟁상태에 있고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자유없는 사회의 표본이었다.「여윈 자유인이 살찐 노예보다 낫다」는 말이 새삼 가슴을 쳤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자유인은 여윌수가 없다는 확신이 앞섰다. 진정한 자유에는 불안ㆍ공포로부터의 자유뿐 아니라 빈곤으로부터의 자유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실 자유세계를 보면 자유를 누리는 정도에 따라 그 나라 사회의 부강을 가늠질할 수 있다. 공산세계에서 이 같은 논리가 통한다. 개방의 정도가 바로 국력의 척도라 해도 과히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면서 자유를 부여했다. 그 자유에는 하느님을 배반할 자유까지 포함시켰다. 그만큼 자유는 귀증하고 무서운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서약, 인간과 인간간의 도덕율을 무시하는 자유는 무서운 자유다.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자유 역시 무서운 자유다. ▲이른바 선진국으로 복지사회를 이룩한 나라는 한결같이 도덕율과 책임이 함께 있는 자유를 지키며 누리고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거기에 질서가 없을 수 없고 인간의 창의력이 무제한 발휘되지 않을 수 없다. 서독(西獨)과 비슷한 입장에서 동시에 출발한 동독이 고속도로조차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질과 권리 나아가서는 의무까지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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