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본당에서 의무기도 바치기 운동을 일으켰다고 하면 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마치 하루 세 끼먹기 운동과 같은 느낌이 든다. 신자에게 하루 생활의 시작인 아침기도 하루생활 마무리인 저녁기도와 하루 세 번씩 삼종기도를 바치는 것을 크게 캠페인까지 벌였다니 어색한 일이다. 시간으로 말하면 담배 반까치 피우는 시간씩 밖에 안 드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교회에서는 이런 기도를 의무화하여 전 신자가 바치도록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상에는 단체들이 많다. 그 중에는 아주 단결이 잘 되고 서로 우정이나 신의가 넘칠 뿐아니라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 단체들이 허다하다. 그런단체와 교회의 신자단체와 큰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 중대한 차이점은 다른 단체는 기도 없는 단체지만 신자 단체는 기도하는 단체라는 점이다. 하느님과 대화하는 단체이다. 교회에서 기도를 뺀다면 사회단체와 다를바 없다.
외교인과 교우의 차이도 그 생활에 있어서 다른점이란 하느님과 대화 없는 사람과 하느님과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구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우가 하루를 생활하는 동안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말씀 드리는 시간이 없다면 외교인과 똑같이 산다고 해야 할것이다. 이런 면으로 볼 때 신앙생활의 기저가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의회 이후 한국도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교육뿐아니라 사명의식이 많이 고취되었고 전국 각 본당에서 평신도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인들의 단체에서와 같은 임원이나 단체원의 활동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모든 활동이 신앙에 바탕을 두어야 된다는 것과 주님의 일을 하는 일꾼은 먼저 기도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 없는 단체 속화된 단체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의무기도를 소홀히 하는 신자라면 그 활동과 생활의 근원이 빠졌다고 봐야겠다.
가톨릭 신자가 착한 삶과 봉사와 사랑만 추구한다면 유교신자나 불교신자나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과 대화하는 생활이 그 근거가 돼야한다.
주일미사 참석 외에 신자들이 일주일의 생활을 통하여 매일매일 최소한 의무기도로써 하느님과 우선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매일의 신앙생활, 하느님과 함께 사는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예수께서 스스로 지상생활 기간에 기도하도록 가르치셨고 기도문까지 만들어 주셨다.
여기서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바쳐야 할 내용을 고찰해보는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기도는 저절로 바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고 일어나면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직 살아보지 않은 깨끗한 스물네시간이 눈앞에 놓인다.
거기에는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불행도 아무것도 없다. 이때부터 살아가면서 각자의 생활을 기록해 갈 것이다. 이런 생활의 첫 순간을 무의미하게 시작할 수 있겠는가. 제일 먼저 주님께 자기와 온 가족,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모든 것을 믿고 바라며 기도하는 것이 아침기도며 하루의 첫 순간에 주님을 찬미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아침기도이다.
저녁기도도 마찬가지다. 하루생활이 끝나갈 무렵 온 종일의 자신과 가족들의 희비애락을 하느님께 보고 드리고 감사와 찬미 탄원과 호소로써 하루생활을 마무리해야 된다. 하루동안의 생활속에 잘못이나 실패를 반성하고 뉘우침과 용서를 빌며 새로운 마음으로 바꾸고 잠들어야 할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온 가족의 생활 전체의 구체적인 면도 하느님과 대화로써 완성해야 된다.
삼종기도는 더욱 아름다운 기도이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강생 해주신데 대한 감사와 당신의 구원사업과 부활의 신비를 하루 세 번씩 묵상하게 한다. 또한 성모님의 구원사업 안에서의 역할을 묵상하며 그 전구를 빌게 된다. 의무기도 바치기 운동은 이런 중대한 문제이므로 한 본당의 문제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전국 각 본당에서 신자들의 기도생활 실태를 조사해보고 필요한 본당에는 시급히 이 캠페인을 벌여야 할것이다. 그래야만 그 근거위에 모든 신앙생활과 평생 신도 사도직의 정상적인 활기를 얻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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