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해 가까운 세월 외국에 머물다가 돌아온 친구를 위해 며칠전 조촐한 환영의 자리를 마련했었다. 주인공을 합해 여섯 명의 옛날 친구들. 이야기는 자연히 어린시절의 학창생활로 돌아갔다. 『그 공자님은 아직도 학교에 계시나?』귀국의 주인공이 우리들에게 물었다. 아마 옛날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야! 그 공자가 말야 우리 반에서도 율곡의 십만양 병설을 얘기하면서 흥분하던데 … 서애(西涯) 유성룡도 이해를 못했다면서 말야 … 』이렇게 경어법도 쓰지않고 마구 지껄였을 것이다.
그 공자님이란 분은 우리의 역사선생님이 셨는데 지금은 시골학교의 교장으로 계신다.
『그야 여부가 있나? 문교부 장학관 오래 하셨지.
그런데 학교에 감사차 출장을 나가면 의례적으로 베풀 수 있는 저녁 한 끼 대접받기를 거절하시는 성미여서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는 학교측에서는 학관만 걸렸다 하면 아예 사실을 고백하고 나왔다는 거야. 백리밖 시골집에서 꼭 도시락을 싸 들고 출근을 하셨던 유명한 장학관이셨지 … 』
『인걸은 의구한데 산천만 간데 없다르구먼 』주인공은 변죽을 치며 감탄하였다. 『그 뿐인줄 알아? 오늘 시골의 교장시절에는 교장 부임 한 해 만에 그 학교를 상상할수 없을 만큼 훌륭한 학교로 만들었다는 거야』
『그럴 법한 분이지』
우리들은 모두 그 선생님의 인품을 알고 있었으므로 은사에 대한 그리움에 잠시 경건한 감회에 젖어있었다.
『아더메치의 시절 아더메치의 교사들 가운데서 정말 공자였지 공자였어』이렇게 한 친구가 다시금 탄복을 하는데 또 그 귀국의 주인공은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아더메치라니? 그게 어느 나라 말인가?』 하고 묻는다.
『아니? 아더메치도 몰라?』이렇게 핀잔을 주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들의 대학시절엔 아직 그런 은어가 유행하지 않았었고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유학을 갔으니까 하기는 모를 수도 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 사람 한국인 자격을 잃었구먼! 』 이렇게 놀리면서 우리는 20세기 중반기에 한국어로 잠시 유행했던 그 기묘한 조어법의 단어를 설명하셨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해?』그 친구는 이 불명예스런 단어의 집함을 몇번이고 곱씹어 뇌까리더니『그야 그럴수 밖에. 아더메치 속에서 아더메치가 나온것이니까.』하며 껄껄웃는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네들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말을 나보다 잘 못 알아듣나?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 세상일수록 인격의 (아)름다움은 (더)욱 (메)아리 (치)는 법이다. 이걸세』
유리는 그 친구의 재치에 또 한바탕 크게 웃고 마음이 유쾌해져서 공자님을 함께 방문할 계획을 세운 뒤에 그날의 환영연을 끝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그 친구는 결국 첫번째의 아더메치를 두번째 아더메치로 바꾸기 위해 외국의 좋은 직장을 버리고 어떤 이들은 이민을 떠난다는 고국으로 다시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리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였다.
눈 한번 바꾸어 뜨면 어두운 하늘도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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