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연중행사 끝났다. 70여만 명의 젊은이들이 벌인 상 씨름판이 끝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마음이 초조한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를 움켜잡는 심정으로 발을 동동거렸다.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고. 또 간절히 기도하며 하느님께 매달렸다. 조금은 기복(祈福)적이기는 해도 역시 절박한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은총의 시간을 마련해 낸다. 모두들 좋은 점수를 빌지만 그래도 이순간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진하게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임에 틀림없다. 우리 본당은 전주시의 변두리에 자리한 작은 공동체이다. 신자의 수도 적어서 이번 대입 학력고사에 응시한 학생이라야 고작 7명뿐이다. 다른 본당에서는 고사 전 날에 미사봉헌이 밀린다는데 우리본당에는 봉헌자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그들을 격려해 주었다. 시험 당일에는 새벽같이 15인승 소형버스의 핸들을 잡는 사제가 우리와 함께 있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우리 본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이 어려운 이웃과 가진 바를 나누기 위해서 특별헌금을 한다. 이 날을 우리는 「나눔의 날」이라 부른다. 이 날. 우리는 가난한 과부의 동전 한 닢 같은 정성을 모아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 그리고 음식도 함께 나눈다. 그간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쌀도 팔아주고 학비도 보태주었으며 치료비를 도와주기도 했다. 지난여름에는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가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의 작은 도움에는 비신자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마침 시험 전 날은 「나눔의 날」이었는데 이날은 실업계고교 3학년생이 첫 월급을 타서 미사를 봉헌했다.
그리고 그 부모는 쑥을 버무려 만든 설기떡을 해 왔다. 남들은 모두 대학에 가겠다고 기를 쓰는데, 그 학생은 선량한 성품답게 어려운 부모님을 도와 취업의 길을 택했다. 그도 역시 찹쌀떡과 엿을 선물로 받고 싶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그 쑥떡을 들며 목이 메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나눔의 날」은 참으로 하느님의 놀라우신 사랑을 체험케 해주는 흐뭇하고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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