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기초가 그리스도 안에서 안정되지 못하고 내 영육간의 생활이 주의 뜻에 정돈되지 못한채 레지오 선서를 하고 첫 환자 방문길에 조심스레 동행했다. 인생 나그네길의 끝에서 수를 다하고 다음 단계가 있는 세상에 태어나려는 그 90 고령 할머니의 피부암에 시달린 얼굴을 본다. 밤낮의 구별에서 이미 외면되고 희노애락에서 떠나버린 흡사 나무껍질이 다 된 손가죽에 쭈그러진 얼굴, 주름주름에 구비쳐 얼룩진 비수와 함께 색이 변할세라 분도 성인 성패를 꽁꽁 싸서 목에 걸고계신 천이 아예 찌들어 버렸다. 묵주와 고상을 찾으신다. 문득 의식이 오는가 부다.
친구를 하시는 손이 바르르 떨리며 창백하고 황막하던 그 얼굴에 환희에 넘치는 미소가 잔잔히 물결친다. 그렇게도 숭고하고 그렇게도 아름다운 참 모습을 미쳐 본적이 없다.
순간 질식할 것 같은 내 맘에 목이 메임을 차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그 할머니는 나에게 신앙이 무엇임을 깨우쳐 주셨다. 스산한 석양 노을에 흩날리는 낙엽을 차마 비껴 밟으며 너무나 잘못 살아온 내 인생을 통곡하며 아쉬워한다. 이대로 주님과 성모님을 어찌 뵈오리. 피를 토하는 아픔이 묵주알을 돌리는 내 손끝을 엄습하고 경문염하는 소리가 아예 처절하다.『주여 성모시여 이 불쌍하고 더러운 영혼을 구하시고 당신의 올바른 뜻을 깨달아 평화로운 지상생활을 마치게 하소서. 모든 죄악에서 보호하시고 하느님 도우심으로 무공을 세워 당신 대전에서 떳떳이 뵈옵도록 도와주시고 자비하신 그 품안에 꼭 안기워 주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