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다루다보면 독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기사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흔히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보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구름잡듯 하거나 변죽만 올리는 경우가 그렇다.『예산을 심의통과시켰다』 『규약을 개정했다』는 보도기사는 그 두드러진 실례다. 예산의 내용이나 액수가 얼마인지 개정된 규약의 핵심이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런 기사가 나갈 경우 독자들도 답답하겠지만 기자는 더하다. 지면이 부족하다거나 기사 작석상의 미숙으로 빚어진 결과도 물론 아니다. 그러니 희한한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의 심중이 어떻겠는가. 어떤 울분까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지만『다 그런걸 뭐』 하며 체념하고 만다. 그렇게 길들여진 것을 보고 흔히『관록이 붙었다』고 빈정거리는 사람을 대할땐 한없이 서글퍼지기가 일쑤이다. ▲지난번 주교회의에 관한 보도기사도 「예산을 원안대로 확정시켰다」는 한마디로 넘어갔다.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규약 역시 수차례「규약심의」에서 맴돌다가「규약을 인준했다」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식이 계속되다 보니, 예산이나 규약내용이 기자의 손에 입수되더라도 보도를 안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버렸다. 예산이나 규약같은 것은 해당단체의 운영에 중요할뿐 아니라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의견을 집약시킬 기회가 있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나면 문제가 생길때 해결할 방법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방법이 능률은 있을지 모르나 최상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상호간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중지(衆志)를 모을줄 아는 아량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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