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인년 호랑이해가 되자 신문마다 호랑이에 얽힌 얘기와 그 특휘 및 그것이 상휘하는 바를 엮어 특집을 냈다. 호랑이는 신분 인격 운수 명예 권리를 암시하기 때문에 임부가 호랑이 꿈을 꾸면 좋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호랑이의 몸통은 한약으로 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호랑이의 고기와 털 뼈 기름 등등이 모두 신통한 약재로 쓰일 뿐 아니라 그 배설물까지 단주에 특효가 있다고도 한다. ▲호랑이는 그 사납기가 비길 데가 없고 산중에서 최대의 위력자로 알려져 있다. 먹이를 구할 때는 단 일격으로 그치며 앞발의 일격에 황소의 목뼈가 부러진다고도 한다. 그러나 호랑이는 그 사나움과 용맹으로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상서를 가져다 주는 령물로도 유명하다. 역대 중국의 문헌에는 호랑이가 선정의 감화물로 묘사돼 있을 만큼 정치에도 민감함을 보이는 지성적인 짐승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갑인년 새해가 밝아오자 한 병사의 인질난동극에서부터 10대 강력범의 요출로서 슬퍼런 호랑이의 사나움이 먼저 정초를 어지럽히고 말았다. 계축년 연말부터 민주 회복을 촉구하기 시작한 성명이나 투쟁의 숙기도 조금도 식어갈 기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가에는 철이른「사꾸라」가 만발하여 정국이 경화될 조짐이 더욱 커져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유류파동으로 들먹이기 시작한 물가는 거의 내버려둔 상태에서 천정불지로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불안 또한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판국에서 교회는 령물로서의 호랑이의 기상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진취적이고 활달한 사도로서 복음을 몸소 실천하는 교회가 참으로 아쉬운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면서 세속적인 무사안일 속에 온존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무언가 책임을 크게 느끼는 정신의 지주가 돼야겠다. 정신이 고갈된 사회에 그리스도의 빛을 구현하는 교회가 되려면 성당 안에 안치된「박제 호랑이」가 아니라 용맹스러운 자세로「상서를 가져다 주는 영물」호랑이가 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허리 부러진 호랑이처럼 포효만 해서도 안 될 것 같고 교회의 정신을 갈망하는 민중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느끼고 함께 생활하는 자세가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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