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6백여 년간 사순절 재의 규정을 지켜 살고 있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사순절의 대표 적명사로 불리는 단어는 역시 단식, 금육, 그리고 십자가의 길과 부활 전 고백성사(판공성사)이다. 그런 율법의 규정이 있기에 사순시기에 단식ㆍ금육의 이행 여부에 따라 고백소를 찾는 교우가 늘어나고、고백의 이유가 위 사실의 이행여부에 따라 추가되곤 한다.
구약시대에 전개되는 참회의식 중의 하나였던 단식ㆍ재의식 등이 어찌나 그 형식의 이행, 즉 의식 자체에 얽매였던지 예언자들의 설교가 내면적 회개로 주종을 이뤘던가 생각해보고 싶다. 실상 단식ㆍ금육은 정해진 날에 지켰는가 그 규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단식이 요구되는 날만 피해서 포식을 하고 잘 차려 먹는 것、이것은 규정 이행 그 자체일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재의 수요일, 성금요일, 매주 금요일을 정해 이행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기야 본인은 거의 1년 내내 금육이다. 건강상 육식을 금하라는 의사의 통고 때문에.
하기야 누구는 가난 때문에 본의 아니게 1년 내내 금육한다. 또 숱한 사람이 게을러서、체중 감량을 위해 흔히 단식을 이행한다.
단식과 금육의 본래 취지를 기억치 않는다면、종교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단식ㆍ금육을 지키며 사는 세속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 바가 있겠는가? 애긍의 취지와 이를 위한 자신의 절제라는 목적의식이 배제된 단식ㆍ금육이라면 그야말로 그것은 빛좋은 개살구가 아닐까?
교회가 외치는 미사여구(美辭麗句)들. 그중의 사순절 단식ㆍ금육은 세인의 이목을 충분히 집중시킬 수 있는 이웃사랑、이기적 사고방식의 탈피라는 점에서 전형적 모범이 될 수 있는 규범이다. 하지만 날은 지켰으되 변형된 것이 없다면 이것은 기만이 아니겠는가?
교회 자선함은 마련되었는가? 교회 자선함을 이용하고 있는가? 쓸데없이 밥ㆍ반찬 등을 버리고 있지나 않는가? 그것을 죄의식으로 느끼고 있는가? 빛은 내지 못할 망정 빛보다 맛이 좋은 살구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 고덕동본당 주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