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창조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 지성의 소유자임을 뜻한다. 지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인간은 위기에 몰릴 때에도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역사의 모순과 싸우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창조 역량을 발휘한다.
적어도 인간이 인간다운 주관성을 발휘할 때는 지성으로써 력사의 모순과 싸우는 과정 속에서라 할 수 있다. 그런한 싸움의 과정 속에서 지성이 그 창조 역량을 발휘할 때 우리는 진지한 의미에서 문화양식을 찾아보게 된다. 이처럼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지성이란 현실의 인식 능력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과제로서 모순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상실될 때 그것은 이미 문화의 본질적 기능에 거세된 상태임을 뜻한다.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지성의 사회 참여라 하는 것도 문화 창조의 실현으로써 중요한 몫을 한다는 데 있다. 지식인으로서 단순한 참여에 그칠 것은 아니다. 오늘의 상황은 현실의 모순과 고민을 파헤치고 참된 해결책과 비젼을 제시하는 지성의 온전한 투신으로서의 참여가 문화 창조에 제 구실을 다할 수 있음을 요청한다. 그리고 청년문화는 그 선두에 있다.
이러한 안목에서 지금 우리의 문화는 거대한 형식 체계만 과시할 뿐 본연의 문화의식은 위축일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추종에 급급한 인사들이 주동이 되어 지난해 가을 문화의 날 행사로 전국문화예술대회를 열고 이른바「문예중흥선서」을 채택한 바 있음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민족문화에 창조를 다짐하는 문예 중흥 선언은『한 계레의 운명이 그 민족의 예술적 문화적 창의력에 바탕한다』는 전제 아래 이렇게 강조한다.『민족사적 정통성을 이어 받아 오늘의 새 문화를 창조한다. 맹목적인 부고 경향을 경계하고 분별없는 모방 행위를 배척하며 천박한 퇴폐 풍조를 일소하며 우리 예술을 확고한 전통 속에 꽃 피우고 우리 문화를 튼튼한 주체성에 뿌리 박게 한다. 우리는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영광된 겨레의 내일을 위하여 가치 의식과 사관을 바로잡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자주성을 함께 누리며 곳곳마다 문화의 전당을 세워온 겨레가 예술을 즐기도록 한다』
이토록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는 당국에서 발표한 제1차 문예중흥 5개년 계획에 발맞추어 문화 예술의 르네쌍스가 오게 하려는 엄청난 시도인가 했다. 그러나 그 뒤의 업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자주성>을 누린다는 구호 아래 고작「새마을 시화전」정도에 그치고 말았다면 심각한 반성이 촉구되어야 할 일이다. 문화 예술의 창작에 일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려는 문예중흥이 모처럼 본궤도에 오르자면 창작 기금만이 문제 해결의 전부일 수는 없다. 창조적 자유의 공간 확대와 함께 문화인으로서 역사적 지성의 자세와 방향 감각의 정립이 더욱 시급한 문제인 줄 안다.『우리 예술을 확고한 전통 속에 꽃피우고 우리 문화를 튼튼한 주체성에 뿌리 박게 한다』는 문예 중흥 선언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우리는 예술과 문화가 소수의 식자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거나 스폰서의 상업주의에 물들어가는 것 못지 않게 획일적인 관료형에 귀착되는 것도 수수방관할 수 없다. 민족의 현실을 떠난 예술이나 민중의 품을 떠난 일체의 고답적인 문화는 제대로 성장할 토양이 사실상 없는 것이지만 오늘과 같이 외채에 의해서 구가되는 고도소비시대의 문화는 한 떨기 가화일 뿐이다. 이제는 민족 양식의 생화인 민중문화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해야 하며 그것은 또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민중문화는 민중 본위의 예술관에 기초한다. 역사 창조의 저력인 민중의 생활 양식을 존중하는 지침이기도 하다. 민중 생활의 자유로운 표현에 의한 생명의 분출구로서 무한한 창조적 상상력을 민중문화는 담는다. 비록 민중문화가 일부의 지식인 취향의 전형문화나 일반 사회의 속성을 탈피한 고급문화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색없는 시민권을 지니게 된 것은 민중의 생활 속에서 진실을 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변모시키는 구실을 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중시나 농민소설의 형태로 문학 분야에선 다소 진전이 있었지만 말하자면 문화적 역사가로서의 지성이 작욕하는 문화이므로 특히 청년문화의 경우<문화 속에서 생활을, 생활 속에서 문화를 본다>함이다.
어느 시대에나 문화는 생명의 결정으로 역사의식의 자각에 기여한다. 고독의 대중 소비시대라여 쾌락 반응의 극단적인 확대로 비정상적인 팽창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의 저열한 매스콤 오락, 예술의 희구성을 배격하면서 창조적인 민중의 발견과 아울러 민중문화의 복위가 무엇보다 급선무로 돼 있다. 일체의 그릇된 기존 질서나 반민중적인 작풍을 극복하고 현실 개혁의 문화를 창조할 때는 왔다. 생명 인식과 현실 인식의 정당한 과정을 동시에 추구함이 가장 바람직하다. 안락한 시대에는 문화도 예술도 싹트지 않고 한갖 오락풍조가 넘친다. 오히려 고통과 시련 속에서 희망의 문화는 꽃핀다. 희망찬 민중문화의 맥박이 우리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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