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성수기를 맞아 성업 중이던 바자회나 본당장날들이 이제 좀 뜸해졌다.
하지만 곧 김장철을 맞아 본당들이 또 한바탕 해먹을 것이 틀림없다.
모두가 믿는 자들로서 산지로 부터 직접 가져와 싼값에 사고파는 사람을 상호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지극히 합법적이고 화기애애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데 탓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꼭 일요일 날 성당에서 열린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성당 옆이 시장인 경우는 도대체 여기가 성당인지 시장한 복판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이다.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파는 사람은 열심히 좋고 싸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시장의 장사꾼과 조금도 다름이 없고 사는 사람도 더 싸게 사려고 눈에 불을 켠다.
단체로 성당에서 판다는 것뿐이지 시장과 조금도 다름이 없지 않은가.
왜 누가 「기도 하는 집」(이사57, 7)을 현대에 와서 교묘하게 장사꾼의 집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진정 모를 일이다. 유명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자주, 풍성히 열리며 열심히 공동책임을 떠들어댄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이 몽땅 농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수고했다고 서로들 술 한 잔 씩 먹고 마는 것인지 떠들썩하게 해 먹고 종 무속이다.
수법도 다양하고 치밀해져 일상잡화에서 시작하여 특수물건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차려놓고 외쳐댄다. 얼마 전 모 본당에서는 막걸리까지 시판하였던바 그곳 남정네들이 과음을 하게 되어 주부들이 곤욕을 치룬 예를 보았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거늘 그들 모두가 일시적 흥행으로 얼마만큼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혹은 특정 단체를 위해 어느 정도의 기금을 모을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속보이는 판매 행위보다는 진정으로 일주일 만에 만나는 사람끼리 따스한 인사나(예: 약현 성담)관심표명이 더 낫지 않을까.
시중 보다 싼 양말 한 짝 운동화 한 켤레가 유통구조를 파괴하며 흘러온 것이라면 밀수범의 장물을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되는 것이므로 모든 본당의 행사 책임자들은 이 점을 참작하여 「화기 애매한」행사가 되지 않도록 함이 어떨 런지.
주님은 2천 년 전의 그때와 같이 오늘날도 우리들에게 질책하고 계신다.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마태오21, 12?13)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