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동물원에서 빽빽이 밀려다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끼어 다니다보면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특히 울안에서 서성대는 원숭이의 눈초리를 보자면 도대체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가에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이건 영락없이 울의 안과 밖이 뒤바뀐 느낌이다.
또 교도소 강당에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일급수들을 만나게 되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슴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최근에「갇힌 자유인(自由人) 열린 수인(囚人)」이라는 편지모음 책이 나왔다. 교도소에 수감된 대학생(제적된 대학생)들이 써 보낸 편지들을 묶어 낸 책이다. 글의 내용을 그만두고라도 그 표제가 주는 의미가 참으로 깊고 크다. 도대체 이 시대에 누가 자유인이고, 누가 수인이란 말인가!
이 한해를 보내면서 답답한 심정을 느끼는 나날이 참으로 많았다. 지난주 가톨릭신문을 보면 또 수도자들의 머리 수건을 벗기는 행패가 있었다 한다. 어쩌다가 자유민주복지국가라는 이 땅에서 그러한 일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인가? 수도자의 머리 수건을 벗기는 것이 자유란 말인가? 아니면 도시빈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복지란 말인가?
수도자가 고통 받는 도시빈민들 곁에 있으면 죄가 되는 것인가? 수도자의 머리 수건을 벗기는 것은 너무나 큰 종교모독이다. 거기다가 옷을 벗기라는 폭언도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것은 종교차원을 떠나서라도 인간 모독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어떻게 된 언론인지 이러한 보도는 안한다. 어쩌면 보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을 것이다. 인권유린의 현장을 외면하는 언론, 이 땅에 참자유가 있는가? 오늘 이 세상에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제 꼴을 갖추고 있는 것이 없다. 정치는 정치(政治)라는데 정치(政治)는 없고 정치(征治)만 있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다.
지금은 대림절, 우리는 진정한 자유인인가? 열린 자유인인가, 아니면 갇힌 자유인인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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