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지내는 우리들은 어느 때보다도 더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을 찾는다. 지난 주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에 간 나는 깜짝 놀랄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성당입구에 설치된 쓰레기통이 넘쳐 오물이 그 주변까지 너저분하게 깔려있지 않은가? 그 옆에는 성스러운 성모님상이며 구원의 예수님상 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데…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날따라 진솔하게 강론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은 무척 환하게 보였다.
깊은 죄에 빠져 사는 우리들은 피정을 하거나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성을 맑게 세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주 작고 미미한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어찌 피정을 하고,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거룩한 미사를 합당하게 봉헌하리요?
일반 가정에서도 쓰레기통이 넘치면 그 더러움은 말할 수 없을진대 하물며 가장 깨끗하고 성스러워야 하는 성당에 오물이 지저분하게 깔려있다면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성당을 우리 가정보다 더욱 깨끗하고 성스럽게 꾸미자는 나의 이 작은 주장은 신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그러나 지극히 중요한 생각일 것이다.
성당 구석구석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정성진<서울시 광화문국 사서함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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