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약하면 나무는 시들어 고목아 되는 것이 당연하다. 원예사가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농부가 굶주려 가면서도 비료를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뿌리를 뽑아버린 채 나무를 살리려고 하고, 거름을 주지 않고 풍작을 원하고 있다.
나무가 뿌리로 사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어 살아가기에「농자는 천하의 대본」이라했다. 풍요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생활의 안정을 기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터인데, 현실은 그 반대이다. 그들이 살 수 있다면 농촌의 반이 넘는 인구가 공기 좋고 물 맑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고, 농촌이 잘 산다면 장가를 못간 농촌총각이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3형제를 둔 이 아무개씨는 불구자도 아니요 무식하지도 않으며 자작 농가인데도 불구하고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아들들을 보며 며느리 손에 밥 한 끼를 먹으면 한이 없겠다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죄가 있다면 땀흘려 농사지어 식량을 제공한 것뿐이다. 기업주는 단 5년만 적자가 나도 문을 닫는다는데 40여년을 적자로 지낸 우리의 농촌에서 어떻게 이농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사람은 짐을 지고는 살 수 있어도 빚을 지고는 살지 못한다.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잠을 잘 때는 벗어 놓을 수 있지만 빚은 자리에 누워도 놓을 수 없기에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농가 부채가 호당 3백만 원을 상회하고 있다. 결코 시비를 가리고 주구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살 길이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농촌은 노인과 여자들만이 늘어 일손이 모자라고 도시는 인구과밀로 고생하고 있으니, 불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농자를 신주 모시듯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침체된 농촌을 살리자는 것이다.
하느님도 아모스를 통해서『이 말을 들어라. 가난한사람을 짓밟고 흙에 묻혀 사는 천더기에 숨통을 끊는 자들아…「되는 작게, 추는 크게 만들고, 가자 저울로 속이며 등겨까지 팔아먹어야지. 힘없는 자 빚돈에 종으로 삼고, 미투리 한 켤레 값에 가난한 자 종으로 부려먹어야지」하는 자들아, 나는 이 백성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하셨다.
도시가 아무리 화려하고 고층건물이 위세를 떨쳐도 공동체의 발이 되는 농촌이 이러할진대 어찌 하느님의 초대에 응할 수 있겠는가?
천리(天理)를 무시하고 인생(人生)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용순<태백시 철암2동 철암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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