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의 생명을 앗아간 해은호 침몰사고는 더할 수 없이 충격적인 교훈을 주었다. 사고의 원인은 화물의 과재,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듯한 무능선장의 무리한 황천항해명령, SOS도 못 치는 무자격 통신장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잦은 선창 조난사고의 원인들이 대개 해은호의 경우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바다 위의 배들도 역시 그렇고 그런 식의 우격다짐으로 운항된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이번 사고에서 무엇보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선장의 하항명령이 내리자마자 한 선장이 재빨리 20인승 구명보트를 혼자 타고 멀리 달아나 버렸다는 것이다. 남은 동료 19명을 죽게 내버려 두고 혼자만 살겠다는 추악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에서 오늘의 인간사회의 인심과 세태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참담한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건과 관련하여 항해 중인 선박이 침몰하는 경우를 가정해 놓고 그리스도교적 휴매니즘을 거론하는 일이 종종 있다. 가령 한 사람만 매달리면 생환할 수 있는 뗏목을 위대한 문학인 1명과 바보 1명이 같이 매달리게 된 경우에 누가 살아야 하는냐 하는 문제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 항원이라면 바보를 당장 죽여버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위대한 문학가는 인류 사회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문학가가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의 물량위주적인 가치관은 대개 이런 방향으로 기울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판이하다. 그 문학가가 위대하면 위대할수록 도리어 그가 죽기를 자원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문학적인 기여를 훨씬 초월하는 휴매니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벗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따르는 견해이다. ▲그리스도교적 사랑과 휴매니즘으로 볼 때 이 같은 문제의 해답은 자명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 한국에 첫 입국한 외국인이 김포가도를 통해 서울로 들어오면서 길 양쪽 여기저기에 있는 교회의 첨탑을 보고 한국이 그리스도교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그처럼 교회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의 인심과 세태는 그리스도의 정신에 가까와지기는 커녕 오히려 멀어지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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