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세기 동안 신ㆍ구교가 헤어져서 만날 수 없었던 것이 나에게는 마음 아프고 유감스런 일의 하나였다.
그러나 금년에는 접어 신ㆍ구교가 한 자리에 모여 하느님 앞에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하고 서로의 문제를 협의하게 된 것을 신교측 목사의 일원으로서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장으로서도 대단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운동을 구교측에서 먼저 제안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을 특별히 감사하고 싶다.
한국의 일치운동을 회고하건대 신ㆍ구교의 교량 역할을 해준 성공의 조광원 신부를 잊을 수 없다. 그분의 작고(作故)는 한국 일치운동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 다시 일치주간을 맞아 그분의 공(功)을 높이 찬양하며 하루 속히 일치운동의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빈다.
일치운동은 신ㆍ구교의 외양적 격차를 좁히는 데 급급하지 말고 먼저 피차간의 공통점을 찾아 이면을 서로 함양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예수의 탄생, 부활, 승천구원론 등 성경 원리를 구현, 사회 구제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신교에서는 가톨릭에서 개종한 신자는 다시 세례를 주지 않고 같은 교인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성찬예식에도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을 주고 있다. 또한 지난번 교황청에서는 비가톨릭인 각 교파 기독 신자에게도 성체를 영할 수 있는 특혜를 준 것은 앞으로서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수확을 거두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한국 일치운동의 초석이 된 것은 신구교가 합동하여 신약성경 공동 번역을 마친 일일 게다. 일치주일을 맞아 새삼 기억 나는 일 있다. 그러니까 2년 전쯤의 일로 안다.
어느 가톨릭 신자가 서울교구에서 발부한「이명 증명서」를 가지고 와 개종한 일이다.
이것은 교회 사상 획기적인 사실일 뿐 아니라 일치운동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때 개종이란 말보다는 어느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전입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일치운동은 성경 공동 번역, 예배 사회활동 등 다각적인 면에서 활발히 전개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일부 성직자 및 특정한 신자들만의 일치운동이란 국한된 한계를 벗어나 모든 신자들이 이 운동의 근본 정신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 계획이 배려되어야 된다.
1년의 한 번 일치주간뿐 아니라 자주 신ㆍ구교가 한 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사화 복음화 문제를 논의해야 된다.
그리고 각 파 신학자들은 서로가 접근할 수 있는 면을 연구 검토하여 문헌상의 일치를 꾀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많은 성직자와 신자들이 일치정신을 깨닫지 못해 일으키는 불화현상은 앞으로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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