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을 안고 뫼밭에선
누런 밀 이삭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으로 가벼웁게 나부낀다.
사제의 거룩한 손이 그대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시켜 놓으리라.
밀 이삭이여! 그대는
여름 햇빛에 마음껏 무르익어라.
가냘픈 넝쿨에 매달리어
흔들리는 포도송이!
비바람 찾아오고
서산 넘어 햇님이 잠들 때까지…
그리스도의 성혈이 되는
이 신비를 그대는 아는가?
태양의 작열 속에서
그대는 단맛 가득히 무르익어라.
영혼아! 그대는 설워 마라
님의 따뜻한 손길이
풍파와 암흑에도 너를 다져왔으니
그 섭리의 뜻을 인식하면서
쓰라린 고통 속에서
영혼아 깨끗이 무르익어라.
<한국에서 받은 상처(최명화 역)>
(1957년 가톨릭청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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