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숫자로 표시되는 기록을 좋아한다. 상금이 크게걸린 권투시합에서 누가 1분에 얼마를 벌었고 주먹질한번값이 얼마인가를 셈해내고서는 이를 즐긴다. 그러면서 또 새로운 기록을 고대하기도 한다.
박정권은 우리 역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군대생활을 오래해서인지 한다면 해냈다.그 가운데 하나가 고속도로 건설이다. 고속도로는 짧은 시간에 적은 경비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화제거리가 되고 박정권은 이를자랑거리의 업적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권이 무너진 뒤에 어떤도로 공사 사장은 그 고속도로를 누덕누덕한 실봉사의 도포자락에 비유했다. 짧은 시간과 적은경비로 만들어진 그 고속도로가 엄청난 보수비의 지출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결국 신기록은 무리를 낳고만 것이다.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에 양적접근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자료를 계량화 (計量化) 하여 분석하는 연구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연구자가 연구의 편의를 위해서. 추상적 개념을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물의 속성으로 고쳐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발전의 정도를 1인당 국민소득으로표시하는 방법이다. 이는 과학적 분석방법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빈부의 격차가 심한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숫적인 자료의 한계성이 있는 것이다. 중동전쟁에서 아랍은 이스라엘에 비해 4배의 군사력을 가졌으면서도 졌다. 여기에 숫자놀음의 맹점이 있다.
그런데 금년만해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시아 운동회에서 중공에 1개 차이로 육박한 금메달 수, 건국대사건으로 발부된 1천 2백여장의 구속영장.신민당 서울대회를 지지시킨 7만여 경찰.2분만에 변칙 통과시킨 15조 5천 5백 96억원의 예산, 신민당의원이 총재에게 맡긴 90장의 의원직 사퇴서. 2백92명이 자청하고 나선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이돈명회장에 대한 재판…. 도대체이 숫자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래도『밤이 깊고 깊어지면서 새벽을 기다리는 존재들이 늘어나며 마침내 동이트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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