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으로 근무하여 일하는 아빠의 수입 25만원과 파출부 처소원 등으로 15만여 원을 받고 산다는 월수입 40만원의 여섯식구 가족. 지하실방 두개는 곰팡이가 얼룩져 있다는 것이고、큰 딸(13세)의 일기에는『육성회비 밀린…반찬이 2가지 밖에…』등의 기록이 남아 있단다. 4자녀는 쥐약을 머고 음독자살을 기도하여 결국 숨진 막내딸(7세)을 끌어안고 부모는『가난이 이렇게 큰 죄인줄 몰랐다』고 흐느꼈다고 신문은 기록한다.
한편 라디오에서는 그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하여 방송해줬다. 어머니의 말씀인즉『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했단다』그리고 신문기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가난한 자에 대한 이웃의 무관심이 이런 변을 낳게 되었다』고.
사건만이 아니라 사건을 보는 그 부모의 생각、기자의 생각을 지켜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도시락을 싸갈 수 없을 정도로 쌀이 없는게 아니라 반찬이 없다는 것이고、삭월세 방에 허덕이는게 아니라 전세방이라는 것이고、부모의 월수입이 40만원이 넘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극심하게 어려운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본당 관할지역에서도 더 어려운 가정을 보았다.
그리고 본인도 외상으로 얻은 고구마로 도시락을 싸간 나만의 부끄러움도 느껴보았고 억센 폭우에 밑바닥으로 스며든 물로 이불이 젖어 빨래판으로 바닥을 막아가며 밤을 세우고 학교에 다니던 고생스런 어린 시절도 있었다.
문제는 슬픔에 찬 가족들 또는 그들을 돕고자하는 선량한 분들께 일침을 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모 야당 총재、구청장 등의 하사금、학업보장 등이 문제가 아니고 매양 이웃이 무관심이 한스럽다는、그러면서 실제 자신들은 실천도 하지 않는(?) 언론사、언론인의 자격이 문제가 아닐성 싶다.
더더욱「가난이 큰 죄」라는 부모의 원인규명도 잘못된 해석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것은『가난과 이웃의 무관심이 아니라고』.
두 가지가 진정 이유라면 전국8백만의 무주택 서민、서울 주민 40%의 무주택 서민 모두가 자결할 판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인생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진정한 지혜의 교육부재였다고 본다.
너무나 돈에 의해 생의 기쁨과 슬픔을 좌우하는 저울질을 당하며 사는 세상이기에、그런 가치관에서는 이런 사회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돈에 암이 걸린 환자처럼 사는 세상이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도 문제려니와 사회 구성원인 각자 삶의 가치관의 새로운 정립이 절실하다고 본다. 특히 부모에게 있어서는….
교복자율화 조치가 있었을 때도 흰 칼라 달린 언니의 교복을 그대로 입고 다니던 금호동 판잣집의 착한 여고2년생. 학비 도와줄테니 오라고 하였으나 겸연쩍어 오지 못해 망설이던 날、폭우에 무너져내린 집더미에 깔려 애절히 이 세상을 떠났던 그 어린 학생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홍문택
<神父ㆍ서울고덕동본당주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