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내를 죽도록 못살게 굴었던 40세의 남자다.
결혼 후 10년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고주망태가 돼 집에 들어와 막무가내로 욕지거리를 퍼붓고 눈에 보이는 대로 뒤엎고 부숴버려 집안을 전쟁터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밤늦게 혹은 새벽녘에 집에 들어오면 먼저 대문을 잠궈놓고 집구석이 떠나갈 정도로 소란피우면서 아내를 구타해, 온 동네사람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왔었다.
당시 나는 해가 졌다하면「오늘은 어느 기생집에 가서 젓가락을 두드릴까?」하고 고심했던 망나니였다.
직업적인 일로 향응을 베풀어야했던 나는 어제보다 더 신나는, 더 무드 잡히는 기생집으로 일행을 이끄는 것을 무슨 신조처럼 여겼던 것이다.
이런 나 때문에 본당의 합창단일과 훠꼴라레운동을 하는 아내는 집안의 십자고상 앞에서 처절한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이게 또 나를 발광케 했다.
낌새를 알아차린 아내가 십자고상을 숨겨버리자, 나는 집안에 모셔져있던 성모상을 내던져 완전히 부숴버리는 폐륜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성당 다니는 아내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할 무렵인 어느 성탄전야, 밤1시까지 들어온다던 아내가 새벽3시경에야 들어왔다.
그날 밤 우리집안의 모습에 대해서는 필력이 너무나 부족해,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을 모두 동원한다해도 사실에 접근치 못하리라.
이쯤됐으니, 아내는 신경성 위장병에다 우울증까지 겹쳐 자살 일보직전까지 갔다.
신앙이 뭔가?
아내의 자살을 막은 것도 신앙이지만, 그토록 소란을 피우던 때 우리집의 바로 아래층에 사는 한 신자는 나의 구원을 위해 수원교구 성남 신흥동본당 총회장ㆍ구역장ㆍ본당신부님께 수시로 보고해 본당차원의 전교작전이 펼쳐졌던 것이다.
이렇게 돼 나는 교리반에 다니게 됐다.
드디어 지난해 5월, 나는「하상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총회장님의 대자로 신흥동본당에서 새로 태어났다.
하느님께서는 영세를 통해 나를 일거에 변화시키셨다.
아내와 자녀들은 완전히 변해버린 나를 보고 미치도록 좋아했다.
이후 지금까지 내가 늘 하는 말은『이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답지. 인생은 또 왜 이토록이나 기쁜지. 천국을 여기서 먼저 맛보고 있구나』하는 내용이다.
나는 탕자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망나니시절의 나를 공개하는 것은 이 세상에 다시는 나같은 이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또한 천주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사실과 모든 이를, 나같은 인간까지 돌보아주신 하느님의엄청난 사랑을 고백하고픈 것이다.
도처에 성당이 건립돼 많은 이들에게 은총이 깊게 전해지기를 소망하면서….
이창락<경기도성남시태평2동 태평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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