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헌혈차 옆을 지나칠 때마다 항상 사랑이 메마른 자신을 원망하면서 스며드는 죄책감을 엉뚱하게 60이 넘었다는 나이 탓으로 돌리곤 했다.
「한마음 한몸운동」의 나눔의 생활이 확산되면서 이 기회를 이용해 이번에는 꼭 헌혈을 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막상 헌혈을 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서 또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기절이라도 하면?
그렇게 하기를 수십일. 큰 용기를 내어 형제들 틈에 끼어 성당에 온 헌혈차에 뛰어 들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아버지, 당신만 믿습니다」라고 잠시 기도 드리고 자리에 누웠다. 주사바늘이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자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천천히 주모경을 되뇌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 것을….
아! 정말 잘 한 일이야. 지레 겁먹고 소심했던 자신을 탓하면서 형제들과 함께 싱그럽고 풍요로운 웃음을 나누며 차에서 내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상에서 피를 흘리셨음」을 묵상하고 감사드리며, 소중한 생명을 위해 우리의 피를 기꺼이 나눔으로써, 미약하나마 한마음 한몸운동에 동참했음이 큰 기쁨으로 느껴졌다.
교우여러분!
사수절의 깊은 의미를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폭넓은 동참으로 사랑 넘치는 자랑스러운 가톨릭신자가 되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홍길성<서울시 성동구 군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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