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낙하훈련, 갈 곳은 정해져 있되 내 잠잘 곳이 없다는 고공낙하훈련…. 성전 지을 땅 없는 신설본당에 맨주먹 빈보따리에 의욕하나만 가득채우고 고공낙하한지 만3년. 젊고 싱싱하다는 명목 덕분에, 동네방네 쑤셔다니며 약장수 약팔 듯 휘젓고 다닌지 어언 3년에 5천2백명 대식구가 되었다.
남자가 치마입고 다닌다고「미친 아저씨」라 빈정대며 쬐그만한 돌을 내몸에 던지며 놀려대던 철부지도 이젠 신부님의 배는「은총의 배」라고 만지며 까불어 대는 주일학교 어린이가 되었다.
주의기도 앞부분에 후령을 성모송으로 버젓이 하던 자칭 돌팔이 교우도 단체원을 거느린 장(長)이 되었다.
일해주는 식복사 아줌마(56세)를 보며, 신부는 연상의 여인과 사는가 보다라고 땡초 취급하던 함께 사는 전세집 아줌마도 어린 고아를 데리고 1년을 살다보니「자식 둔 신부」라고 쑤군대던 수다장이 동네 부인도 반모임에서 묵주알을 굴리다니…. 동네 유지(?)라는 점을 깜빡 잊고 포장마차서 소주잔 기울일 때 젊은 사람 아깝다고 사위감 운운하던 아줌마도 실색을 금치 못했다는게 어제 옛 이야기가 되었으니, 언제 짓든 주님 땅1천평위에 잡초도 자랄만큼 자라고, 몇 억이라는 통장도 쥐게 되었으니 신장개업의 종이도 뗄 때가 되긴 된 것 같다
그래도 신장개업의 간판철거는 성당을 지어놓아야 뗀다는 무언(無言)의 시각이 있기에 늘 마음이 무겁다. 임기 내에 성당을 못 지으면「무능력 사제」라는 인식역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누가 노골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 해도…. 여기서 사제는 양떼를 책임진 사제로서 깊은 고뇌의 수렁에 빠진다. 양이 잠잘 집과 양떼의 먹이, 두 가지가 다 중요하고 또 어느 것도 도외시됨 없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하여간「신축 공사중」보다는「내부 수리중」이라는 딱지가 걸린 성당서 평생 사제생활을 하고프다. 전셋방, 삭월세방 수두룩한 동네 안에 우뚝 솟아야 하는(?) 신축공사의 기능공 사제보다 갈길 몰라 방황하여 마음둘 바 모르는 이 집부터 잡아주고 못된 성질도 튀어나온 대쪽 같은 말뚝망치로 집어 박아쳐 주며, 상처 받아 패인 자리 사랑진흙으로 반죽하여 메꿔주고, 분열과 다름으로 틈 벌어진 이 잡아당겨 붙여놓고, 가난과 외로움에 슬퍼하는 이의 눈물이 벽타고 흐를 때 닦아주며, 죄로 얼룩진 영혼을 만나 맑은 벽지로 도배해주는 평생「내부수리중」인 기능공 사제가 되고 싶다. 진정.
<神父ㆍ서울고덕동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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