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면 우수에 비가 오듯이, 출판물에 대해서 가정마다 한 가지는 봐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비를 흡수하는 싹이 없다면 흘러 버리듯이, 그 권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싹이 트지 않으면 연례행사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본시 씨앗은 어두운 땅 속에서 싹이 트기에 이 우둔한 소견에서 혹시나 싹이 들까 해서 펜을 들게 된 것이다.
우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사는데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두 가지의 양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쪽만 굶주려도 죽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모인사가 자살하게 된 것은 영적인 양식에 굶주려 죽은 것임을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은 타산지석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시청각 교재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많은 학문으로 얻은 지식과 지위를 가지고도 후자의 굶주림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육의 두 가지 양식이 필요한데 여기에도 먹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즉 주식 부식 조미료임으로 영적 양식도 진리, 학문, 예술이라고 본다.
그래서 예술은 학문을 학문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고기에다 양념을 해도 밥을 안 먹고는 살 수 없다면, 학문이나 예술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에서 권하는 것은 사회의 서적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순서가 전도되었기에 밥을 먹고 부식을 먹듯이 먼저 성경과 교회 서적을 보고 각자의 뜻에 의해서 책을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를 먼저하고 만화를 보라는 심정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왜 신자가 교회 서적을 잘 안 보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먹어야 사는 것이지만 여기에도 단계가 있다. 예컨대 고기가 좋다고 젖 먹는 애기에게는 먹일 수가 없다. 교회 모지는 일 면을 봐도「칼럼」이니 뭐니하고 서민이 잘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눈에 띄는데 이것이 바로 어린이에게 갈비를 먹으라는 것이니 먹을 수는 없고 손에 쥐고 놀 듯이 책은 낮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고로 같은 내용이라도 쉬운 말로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잘 안 되면 출판사나 독자나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둘째는 출판물은 신앙생활에 거름이라 할 수 있다. 책 한 권 안 보고 영생복락을 원한다면 거름 없이 풍작을 꿈꾸는 농부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목시킨 것과 같기에 그 감을 따려면 거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과 출판물을 보라는 것이다. 우리가 냉담이 되는 것도 거름이 되는 성경 한 구절을 안 보기 때문이다.
요는 출판물 없이는 신앙을 키울 수 없고 그것은 오늘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상의 것을 요약한다면 살기 위해서는 먼저 주식을 먹어야 되는데 그 주식을 생산하려면 거름이 있어야 되기에 신자로써 교회 출판물을 등한시 하는 것은 어리석은 농부와 같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