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교회는 지난 여러해 동안「출판물 보급주일」을 연례행사로 지켜 왔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연례행사가 형식적인 타성에 의해 되풀이되는 예가 많은데 교회 내의 출판물 보급주일도 이 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교회 내 출판사업의 형편이 해를 거듭함에 따라 향상된 면을 보여 주지 못하고 답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 내 유일의 신문인「가톨릭시보」자체가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경향잡지」「司牧」「소년」등 교회 내 월간 잡지들도 또한 적자 운영으로 알려져 있다. 단행본 출판에 있어서도 전례서와 성가집 등을 제외한 신앙적 교양서들은 대체로 적자 출판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이 유감스러운 사태의 반성을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비근한 실제에서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은 것이다.
교회 내의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말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대체로 볼 만한 교회 서적들이 없으며 있어도 책 모양이 거칠고 촌스러워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한다. 책 모양에 있어서는 종래에 그러한 흠이 실제로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읽을 만하고 읽어야 할 책들은 분명히 있어 온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통폐인 독서 안 하는 경향이 교회 내에까지 오염되어 태만과 타성으로 책을 외면하는 신앙생활이 만연해 있는 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새로이 가톨릭에 입교하는 신교우들은 선입관으로 교회는 설교를 들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개신교의 예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미사성제를 우선으로 치며 그것이 옳고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제의 강론이 지나치게 간략하거나 무미건조하게 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간략한 강론의 예가 없지 않으며 신입 교우들은 성당에 가 봐야 들을 만한 설교가 없다는 실망을 드러내는 예가 없지 않다. 이 소홀과 실망을 제거하는 데 있어서도 방편이 되는 것은 오직 교회 서적의 독서인 것이다.
또한 교회가 출판사업에 지장을 주고 있는 점으로는 행정적 소통의 부진을 들 수 있다. 비교적 팔리고 있는 책이나 정기 간행물들도 출판사가 수금을 하기가 힘들다. 본당의 성서 판매 관계자들은 상업적 행정 연락에 미숙하여 책을 가져다 팔고서도 돈을 보낼 줄을 모른다.
혹 출판사에서 대금 독촉의 연락을 보내면 연말에 다 청산할 것인데 왜 걱정하느냐고 오히려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 영업에 있어서 장기 외상은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그리고 본당 판매대에 십자고상이나 묵주들은 있어도 주요한 신간 교회 서적은 진열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성의있게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는 증거이다.
심지어는 출판물 보급주일 당일에 출판사에서 수녀나 업무원들이 교회 서적을 가지고 보급운동 삼아 팔러 나가면 귀찮은 잡상인 정도로 쳐서 냉대하는 본당들이 없지 않다. 이와 같은 인식 부족의 현상은 다만 한심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교회 출판물에 대해 관심이 적은 사제나 신자들은 과연 오늘날 가톨릭 계통의 무슨 양서들이 있는지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례서와 복음서 위에 지난날로부터「준주성법」「교부들의 신앙」「동서의 피안」등이 비교적 널리 읽혀 왔지만 최근의 신간으로서「공의회의 가르침」「현실에 도전하는 성서」「형제애」「어떻게 기도할 것인가」소설「침묵」등을 비롯하여 여러 신간 량서들이 담고 있는 새로운 가르침과 문제의식은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
또 최근에는 많은 교회 서적들이 그 편집 체제나 장식에 있어서 얼마나 현대적 세련미를 띠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가. 신문ㆍ잡지 등 교회 정기 간행물들의 내용이 얼마나 냉철한 품격과 진취적 지성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가. 최근 가톨릭 출판물들의 이와 같은 면모쇄신활기에 대하여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한국의 가톨릭 신자로서 결코 떳떳한 입장에 있다고 자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가톨릭 신자들은 항상 가톨릭 출판물을 구독해야 한다. 진정한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교회의 온갖 새로운 소식을 들어야 하며 가톨릭 출판물의 해설을 통하여 참된 크리스찬 정신을 배양해야 되기 때문이다』이것은 교황청 사목령인「일치와 발전」속에 명시된 가르침이다.
한편 교회계통 출판사 자체 내에도 특수한 과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출판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처우문제이다. 교회는 영리와 합리성에 선행해서 인간 존엄과 인간 회복을 모든 실천의 토대로 삼는 店에 있어서 세속단체와 다르다. 그러므로 가톨릭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지식인들은 세속 사회의 출판사원들에 비해 모범적으로 인격생활이 자유로울 정도의 급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점이 미흡하다면 교회가 외부사회에 대해 사회정의를 외칠 명분이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점에 있어서 가톨릭계 출판사들은 미흡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느님의 교회와 교회의 사업에 오류가 없고 완전이 있도록 노력하는 속에서 교회 출판사업이 모든 면에서 원활해질 때 한국 가톨릭교의 형세에도 뚜렷한 발전이 있을 것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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