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으로부터 추방된 소련의 망명 작가 알렉산더ㆍ솔제니친은 앞으로 놀웨이에 정착하리라고 한다. 늘웨이는 솔제니친의 조국 러시아와 같이 겨울이 길고 분명하며 눈이 많기 때문에 영주지로서는 적격일 것이다. 인간은 영원한 향수의 동물이기에 조국에서 추방된 망명객이 자기의 조국과 비슷한 곳에 정착하려는 심경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에서는「냉전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민첸티 추기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첸티 추기경은 항가리 공산 치하에서 7년 간의 옥고를 치르고도 스스로 항가리 주재 미국 대사관에 15년 간이나 유폐생활을 했다. 그것은 항가리 공산 독재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집요하게도 자기의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가 지난 71년 9월 28일 교황청의 권유를 받아들여 항가리를 떠나「로마」로 간 것은 교황에 대한 순명정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민첸티 추기경이나 솔제니친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조국과 겨례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고 공산 정권에 대한 저항정신이 투철한 까닭이다. 자유의 역사는 저항의 역사이기에 자유를 상실한 조국에서 그들이 선택해야 할 길은 용감한 저항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민첸티 추기경은 주교로서의 임무와 순명정신 때문에「인생 최대의 무거운 십자가를 질지 모를 결정」을 내려야 했고, 솔제니친은 강제 추방을 당했다. ▲그런데 솔제니친이 추방됐다는 소식에 대한 서구의 반과 아시아 지역의 반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서구에선 그들 왜 추방하느냐고 항의하는 듯하고 아시아에선 추방 정도로 그치는 데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솔제니친과 같은 반작가라면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되었거나 처형되는 것이 아시아인의 상식이 되어 버린 탓일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저항정신이 소명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성인의 생명이 저항정신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아시아인의「상식」엔 생명을 잃은 지성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지성에는 아부하는 지성과 저항하는 지성이 있다. 불의의 권력이나 금력 앞에 굴복하고 마는 비루하고 약한 지성이 있는 동시에 진실과 진리의 편에 굳건히 서서 의의 빛과 힘을 드러내는 강한 비판적 지성이 있다』솔제니친과 민첸티 경의 지성은 후자에 속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의 저항적 지성은 생명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모든 저항은 희망에 기초를 두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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