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보장하기 위해 설정된 날이다. 교회가 아예 3월 전체를 요셉성월로 정한 것도 같은 뜻일 것이다. 해마다 노동절이 되면 노동의 가치가 새삼 엄청나게 평가되고 노동자에 대한 찬양이 요란하며 대우도 한결 좋아질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나 즐거운 표정이 없다. 노동절은 이미 하나의 연례 행사이지 그 밖에 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특히 노동자의 수호자로 자처하며 노동 정의를 장엄하게 부르짖는다. 때문에 이날을 맞아 교회기관 종사자의 처우 현실을 한 번 까놓고 얘기하는 것도 정신 위생상 좋을 듯하다. 이미 하나의 상식에 불과하지만 서강대학교 사회문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본당의 유급 회장들 대부분이 보수가 적고 자녀 교육이 어려운 것을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본당 사무장은 생활급이 안 되는 박봉에다 직업인으로서 신분 보장이나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사무장보다도 더욱 참담한 실정에 있는 곳이 교회 매스콤 종사자들일 성싶다. 생활급이 안 되는데다가 그렇다고 이른바「十알파」라는 음성 수입도 없다. 일반 기업의 봉급 수준이나 공무원의 실수입과 교회 기관의 그것은 격차가 막심하다. 이러한 사정에선 타직업에 대한 열등의식과 불만이 눈뭉치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동시에 그것은 소속감이 약화되는 결과를 빚고 업무에 전심전력할 수 있는 자세를 허무러뜨리고 만다. ▲봉급 수준은『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물질적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정도』라야 된다고 공의회는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교회 기관에선 흔히『희생적 봉사정신』을 무턱대고 내세운다. 거기엔 공의회가 제시한 전제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함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희생적 봉사』는 강요된 것이기에 심하게 말하면 강제 노동이나 다름없다. ▲또한 여러 자회사를 가진 일반 기업의 경우와는 달리 교회 기관 간의 봉급 수준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학벌과 능력으로 보아 대등한 위치에 있는 각 기관 간의 이러한 격차는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심한 인격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그 사명으로 보아 적자를 각오하고 출판사업을 벌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저임금 정책으로 억지 운영을 고집한다면 무언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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