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정식으로 국교를 맺은지 꼭 백 돌이 되는 해, 즉 한불수교 100주년이다.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정부와 교회가 여러가지 기념사업이나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불수교 100년은 물론 국가에 뜻깊은 해이지만 그러나 교회를 위해서는 더욱더 뜻깊은 해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세가지이다.
첫째는 양국간의 접촉이 이미 1백 50년전 프랑스 선교사들의 한국진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금년은 또한 최초의 프랑스인이요 선교사로서 성 모방신부가 한국 땅을 밟은지 150주년이되는 해이기도 하다.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은 본연의 선교활동 외에도 한국의 문화를 서양에 알리고 프랑스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문화전달자로서의 역할도 담당했던 것이다.
둘째는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선교사 중 12명이 한국인 신자들과 같이 순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선교사들의 순교는 프랑스 군함의 내항, 병인 양요 등 양국간에 불행한 사태를 야기시킨 단서가 되기도 했으나 결국은 수호조약의 체결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다.
셋째는 한불조약 자체이다. 한불조약이 미국ㆍ영국 등과의 조약과는 달리 교회를 위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종교적 성격 때문이다. 프랑스는 조약 협상에 있어서 외교나 통상보다는 선교사들의 순교가 헛되지 않고 또한 선교사들의 다시 피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선교자유에 대해 법적인정을 얻어 내는데 더 중점을 두었었다. 비록 선교의 자유를 얻어내지는 못했을지라도 그것을 암시하는 조항을 조약문에 삽입시키는데에는 성공하였다. 이 조항은 암시에 그쳤으나 결국은 종교의 자유를 초래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었다. 이 조항 때문에 정부는 선교사들의 활동을 용인하게 되었고 선교사들은 용감히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일본 나가사끼의 인쇄소와 부엉골의 신학교가 서울로 옮겨지고 인쇄소와 주교관 건물이 세워지고 대성당의 건축이 시작되고 샬트르의 성바오로 수녀들이 진출하여 고아원 시약소 양로원의 운영을 맡는등 한국교회는 복음화 2세기를 향한 일대전기를 맞게 되었다. 실로 오늘의 눈부신 발전의 기초는 바로 여기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발전을 생각할 때 교회는 한불수교 10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해야한다고 생각된다.
기념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단순한 기념행사로 그치지나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기념행사는 모름지기 역사적 회고인 동시에 미래적 전망이 되어야 한다면 이번 한불수교 100주년의 기념행사로 철저한 회고와 그것을 바탕으로한 미래지향적인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관점에서 계획한 연중 학술발표회가 도움을 줄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바라건대 이번 한불수교 100주년이 한국과 프랑스, 한국교회와 프랑스교회 사이에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문화 교류가 더욱 증대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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