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상당수의 사제 지원자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여 양대신학교에 입학하였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추수할 일꾼이 적어서 한탄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루까 10장 2절) 하느님의 일을 돕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부르심에 응한 것을(루까 5장 11절) 기쁘게 생각하며 그들의 뜻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부르심에 응하였다 하여 곧 사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장기간에 걸친 학업의 연마와 생활 전부를 통한 수덕을 통하여 비로소 이루어지는것이다.
따라서 신학생은 보통 대학생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보통 학생들은 학업만 우수하면 입학할 수 있고 수업하고 졸업한 후 취직 생활까지 학업 위주의 훈련을 받음에 반하여 신학생들은 학업뿐만 아니라 공동생활을 통한 생활 전부에 걸친 수덕 훈련을 거쳐 전인교육을 받음으로써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신학생과 일반 대학생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신학생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 있는 대학입학으로만 생각한다면 잘못으로 신학생들은 대학생이기에 앞서 신학생임을 깊히 자각해야 할 것이다. 즉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의 포도밭에서 추수를 도우려고 선 교회의 일꾼이 되고저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년이란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지만 6년의 대신학교 생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하여 즉 죽는 순간까지 완전하신 사제 우리 주 예수님을 닮고자 일보일보 다가서는 것이 곧 사제 생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길은 쉽고 평탄한 길이 아님을 알아 둘 필요가 있으며 십자가의 길 곧 그 길이 사제의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제직이 안일하게 보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실은 십자가의 길임을 특히 사순절인 요즈음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히나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현대 사회 여건하에서는 사제직마저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급격한 문화 발전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교회라면 박물관적 가치밖에는 없을 것이며 현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제라면 시대 착오적 고집한으로 마땅히 버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를 잘 이해하신 고 요한 23세 교황께서는 이 난관을 극복코저 공의회를 소집하셨고 창문을 열므로써 새 생기가 교회 안에 스며들게 하셨던 것이다. 즉 현세와의 조화를 위하여 교회도 구각을 벗어 버리고 과감하게 신자 대중 속에 뛰어들어 사목할 것을 당부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이를 곡해하여 낡은 것은 다 나쁘고 새것은 무조건 좋은 것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저 주장하는 소아 병적 신앙도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즉 신학생이기보다는 대학생이고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듯한 경향도 있었음을 보고 교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으나 우리는 이를 한낱 기우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양대신학교가 건재하고 있으며 우수한 교수진과 교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있으니 신학생 여러분은 안심하고 학업련마와 수덕에 전심전력하여 오직 훌륭한 사제에의 길에 매진하여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듣건대 량대신학교는 시설면에 있어서도 타학교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며 생활면을 보더라도 일반의 가정 수준보다 못지 않게 잘 보살펴 준다고한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교황청의 막대한 원조와 본인들의 부담도 있으나 한국의 신자 전원이 신학교의 발전과 운영을 위하여 정성껏 기도를 드리고 있으며 또한 물질적 부담도 과중하리 만큼 하고 있다고 한다. 즉 신자들은 조금이라도 사제로의 길을 향하여 걸음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정성을 모아 신학생들을 뒷받침하고 돌보고 있음을 잊지 말고 감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학생 여러분은 오직 자기의 소임 학업과 수덕연마에만 전념하여 훌륭한 사제가 되어 신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고저 꽃다운 한마저 부르심에 바치겠다고 나선 그들에게 좀더 훌륭한 사제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것이 쓸모 없는 잔소리인지 모르겠다.
다 알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갖추고 있으리라 믿으나 새삼 당부하게 되는 것은 쓸데없는 노파심에서보다는 여러분이 받은 소명이 너무나 귀하고 너무나 훌륭한 것이기에 한 번 깨우쳐 주고저 하는 것이니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일하려고 나선 여러분들을 환영하며 하느님의 축복이 융성히 나리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불리운 여러분이 모두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다 선발되어 하느님의 제일 앞에 나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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