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은 사랑의 능력은 무기도 없이 그 왕국을 지배한다고 하였지만 성서에 의하면 사랑의 능력은 하느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구원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랑의 능력은 또한 우리 신앙생활의 힘이요 원천이 되지만 구체적으로 이 사랑의 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능력은 왕국이나 사람을 통치하는 능력도 아니요 지배하는 능력도 아니다. 사랑의 능력은 일치하려고 하는 능력이요 상통(相通)의 능력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것도 하느님께서 인간과 상통하기 위함이요 그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도 죄 많은 인간 조건 안에서 죄의 현실을 경험하심으로 인간과 모든 면에서 완전히 일치하고자 함이었다.
만일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내려오셔서 인간과 같이 일치하시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아무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 하느님은 인간을 초월하신 분이기에 인간사랑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느님은 먼저 우리에게 내려오셔서 우리와 같은 처지로 우리와 완전히 일치하시고자 하신 것이다.
이러한 일치와 상통의 능력은 이 우주 안에도 있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하나의 나무를 보더라도 이 나무가 땅 위에 의젓하게 생동하기 위해서는 자기 뿌리를 보이지 않는 땅 속에 깊이 박고 땅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야 한다. 땅 위에서는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그 밑바탕에는 자기 자신을 광물에까지 낮추어서 그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삼투작용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식물이 먼저 자기보다 하급의 광물에까지 낮추어야만 그 광물은 식물의 생명에 참여하듯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람에게까지 먼저 낮추셔서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에 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구원이다.
하느님 생명과 인간 생명 간의 삼투작용이 바로 일치와 상통의 힘을 갖고 있는 사랑의 능력이다. 하느님께선 이 사랑의 능력으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신다. 우주 창조와 보존의 능력이 이 사랑의 능력이요 구원도 결국 사랑의 능력이기에 어떤 이가 구원을 하느님의 재창조라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봄이 되어 만물이 생기를 되찾고 생동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러한 자연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자연의 힘에서 하느님 사랑의 능력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구원의 길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능력에는 강제가 없다. 자발적인 사랑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하느님께선 먼저 인간이 되셔서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주시고자 하고 계신다. 우리는 이 사랑의 능력을 감탄하기만 해도 안 되고 순종하고 복종하여 그 사랑에 호응해야 한다. 더욱이 예수께 나타난 하느님 사랑의 능력은 하느님의 능력임과 동시에 인간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님의 능력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신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이렇게 하느님과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의 끈이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의 끈으로 인도하겠다』는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을 잊지 맙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