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풀리던 봄 날씨가 19일 다시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졌다. 18일 오후 1시쯤부터 갑자기 전국의 각 해상과 내륙지방에 강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몽고지방에서 발달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라고 한다. 강풍이 일자 뽀얀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그것은 스모그(煙霧) 현상과 겹쳐 더욱 농도가 짙었다. ▲3ㆍ4월이 되면 봄바람을 타고 뽀얀 먼지가 하늘을 가리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몽고의 고비사막으로부터 만주와 중국 북쪽을 향해 몽고풍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면「북경」에는 몽고풍이 날아오는 먼지로 천지가 뒤덮이는데 이를 흙비(土雨)라고 한다. 바깥에 잠시만 나다녀도 입이 바싹바싹해서 물로 입술을 연방 축여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차(茶)를 많이 마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득, 오늘의 인간 세계는 진정한 인간 정신과 참다운 윤리 도덕이 흙비를 맞아 바싹바싹 메말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자가 안 가진 자를 착취하고 골탕 먹이는 질서, 해괴한 나체 질주가 퍼져가는 정신적 퇴폐는 흙비 많은 인간 정신을 대변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입술을 축일 한 모금의 물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참다운 인간 정신을 회복시킬 그 한 모금의 물은 바로 회개와 삶의 방향 전환일 수밖에 없다. ▲교회는 바로 이 회개와 삶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성년(聖年)을 선포했다. 이번 성년이 교회 사상 유례 없이 긴 것은 그만큼 인간 사회에 흙비가 많이 뒤덮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신앙의 퇴행(退行)풍조는 마치 흙비에 가려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질만능과 비인간화의 현실은 우러러 하늘을 쳐다볼 줄 모르므로 해서 인간의 원천을 잊어 버린 탓이리라. ▲특히 이번 성년회 주제가「화해」라는 데 새삼 큰 의미를 발견한다. 인간과의 화해는 입술을 축여 주는 한 모금의 물일 것이고 하느님과의 화해는 몽고 바람을 걷어 주는 햇빛이 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전 각 교구에서 이번 사순절을 기해 성년 행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멀지 않아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흙비도 문자 그대로 스트리킹처럼 후딱 지나가 버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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