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지난호(907호) 보도에 의하면 최근 모교구의 한 몰지각한 인사가 구라사업을 빙자, 국내 모 음성나환자촌의 사정을 실정보다 엄청나게 과장된 구걸식의 표현을 사용 구미 각국 신문사 등에 연락하여 원조를 요청함으로써 나라의 위신과 교회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구라사업 대열에도 일대 혼선을 빚어 국내외와 교회 안팎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실이 소상히 게재되었다.
이런 불미한 사건에 대해서 먼저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이 사건의 발단자인 모 씨 개인은 교회의 지체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사건을 저지른 동기가 지나친 동정적 감상이거나 혹은 공명심이거나 심지어는 어두운 사욕에서거나를 막론하고 지극히 경솔하고 무엄하고 몰지각한 행동이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은 외국의 수십 개 신문사를 이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과장되어 수치스럽게 보도케 한 점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에게 망신을 주었고 또 한국 교회의 체신을 이만저만 깎은 것이 아니다.
그 모 씨야말로 일어탁수의 악표양으로서 연자맷들을 목에 메어 바다에 던지라는 성서의 경고에 해당하는 행위를 감행한 자로서 감혹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오 이에 상당한 보속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이 사건의 주인공인 개인에 대하여 그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 해당 교구장의 승인도 없이 추천서를 써 주었다는 모 신부에 관한 문제이다. 이도 역시 그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경솔했고 또 월권적 처사를 범했다는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성직자의 일거일동이 이와 같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새삼 느껴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 사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나사업 관계 기관에서도 나환자 정착촌의 지도에 있어서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고 또 이런 불미 사고를 예방치 못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관련된 지역적 인적 소속에 교구장도 이에 대한 관심과 감독이 불충분했다는 책임이 없지 않다. 아무튼 이 사건은 외국의 관계 기관으로부터 우리나라 정부 기관에 대해서 직접 조사를 의뢰해 왔고 따라서 교회 관계처에 대한 문책의 손길이 뻗친 만큼 교회로서는심상히 다를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건의 진상을 교회 스스로가 자세히 조사 규명하여 대내 외적으로 조처해야겠다. 즉 외국 관계처에 대해서는 교회 당국과 나사업가 연합회가 저간의 경위를 밝히면서 정중한 진사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라와 교회의 손상된 위신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교회적 유대관계를 지속하는 데도 차질을 적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이 기회에 교회의 외원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크게 반성해야겠다. 오늘날까지 한국 교회가 로마 교황청을 위시하여 여러 나라 많은 교회 단체로부터 각종 종교사업을 위해서 막대한 교회의 발전과 여러 가지 자선사업에 공헌한 바가 지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외국 원조단체와 많은 은인에 대해서는 무한한 감사의 정을 표해야 마땅하고 또 이것을 받아들여 소기의 목적대로 선용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교회 기관이나 사업 단체들의 노력과 공헌에 대해서도 항상 경원와 찬사를 아끼지 않는 바이다.
그러나 이때에 한 번 한국 교회와 외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재고찰해 볼 만한 것이 있다. 이에 소견의 일단을 피력하여 관계 당사자들의 고려에 호소해 보고자 한다.
한국 교회는 선교 2백주년을 목전에 두고 자치교구로 승격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을 뿐만 아니라 14개 교구에 교우1백만에 달하는 성장을 이룩하였다. 이제는 만사를 외원에 의존하려는 사고방식과 타성은 지양할 때가 되었다. 그러므로 선교면이나 모든 사업 면에서 자주ㆍ자력의 원칙을 확고히 하고 외원 의존을 배제하는 시발점을 구축해야겠다. 다만 만불득이한 경우라도 우선 자력으로 할 만큼은 한 뒤에 호의적인 일부 원조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그치고 전적 원조만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나 자세는 억제되어야겠다. 이로 말미암아 신규로 어떤 좋은 목적의 사업이 시작되거나 성취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의 힘을 길러서 그때를 기다리는 인내와 지구성을 가져야 하겠다.
이제까지의 외국의 선교 단체나 수도회 등 특수 목적으로서 자진 한국에 진출하여 각종 사업을 도모하여 온 것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우리 측에서 교구 고위 성직자나 각 단체 대표자나 또는 특수한 개인들이 외원을 받아들여 온 데는 너무나 많은 애로가 있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구걸식의 비굴과 치욕도 감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우리는 이제는 이러한 사고와 자세를 떳떳이 탈피할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직자나 물론 특히 평신도들의『우리 교회는 우리 손으로! 』하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자각하고 발휘해야겠다.
다음은 불득이하고 일부의 원조를 요하는 경우에도 과거의 무질서하고 구걸식이고 나라와 교회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과대 표현의 방법 등은 일체 지양하고 또 교구 상호간 단체들 사이에서도 긴밀한 연락 관계를 취하여 중첩과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특별한 용의가 있어야 하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나마 이번 기회에 교회 전체의 수원 자세에 맹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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