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란다. 천사는 날개를 가졌어도 단 한 번도 그 옷을 벗어 던진 일이 없다. 그러나 원숭이 같은 호기심을 빼버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의 알몸은 추하다. 그러므로 제왕도 영웅도 머슴이나 귀부인들 할 것 없이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수치심은 꾸준히 옷을 입었다가 벗고 벗었다가 도로 입는 가운데 성적 인간은 쉽게 옷을 벗었고 (나르시시즘) 성자적 인간은 한 겹씩 더 껴입었다(매저키즘) 에릭ㆍ킬「의상론」에서는「인간과 동물과의 본질적 차이는 인간이 의복을 입고 있는데 동물은 입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아니하고 인간은 의복을 벗을 수 있으되 동물은 그 짓을 못 한다」했다. 현실 그대로의 나체란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저 나찌시대의 유태인들의 나체 행렬을 생각하자.
사스실 문 앞에 줄 지어 섰다. 거기엔 며느리도 형제도 애인도 서 있을 테지만 이런 판국에 무슨 성을 논하랴. 어디까지나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의도하에 창조되는 육체는 눈부시게 황홀하며 생동적일 것이다. 희랍의 조각 아폴론이나 뷔너스 상은 참으로 아름답다.「아름다움이 세상을 건지리라」(토스토예프스키) 그런데 그것들은 다만 에로스를 거쳐 이상화된 예술이다.
벨기에의「부뤼셀」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다. 갑자기 발가벗은 꼬마가 뛰어들어 예쁜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싸지 않는가. 쌍방은 아차, 총질을 멈추고 일단 어린이를 보호한 뒤 다시 싸웠다. 그런 인도적 정신은 가상하나 그 고추를 보고 누가 과연 부끄러워 하랴. 이와는 달리 될 대로 다 된 어른이 전봇대에다 오줌을 싸 갈기고 있다면 더군다나 이쪽이 여자일 테면 누가 그 얼굴을 붉히지 않으리.
성은 비밀스러운 점에서 열락이 있으며 공연한 사실로 표현될 때 성문학은 반드시 주제가 아니라도 인간의 부분임엔 틀림없다. 짤막한 키의 백발이 성성한 앙드레ㆍ모로아는 책상을 들고「빠리」번화가에 나가 부인을 대상으로 일주동안 설문을 했다.
『당신은 당신의 남편과 또 사랑하는 이성을 가지고 있느냐』에「우이!」가 70% 이상 보봐리즘을 즐긴다고. 그래서 아리스토파네스, 쉐익스피어ㆍD. 로렌스 및 헨리 물러들은 작품에 엄청난 외설과 도색질 성 표현을 일삼는다.「성의 인간」그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기는 쉽다. 네 발 짐승은 부끄러운 곳을 꼬리로 감추나 두 발 인간은 두 손으로 가린다. 그러나 역시 개는 신작로에서 교미를 한다. -그것이 오직 순수 동물적 행위가 되게 하기 위하여.
사람은 에로틱한 세계에서 점잖하고 언제나 그 세계에서 유영이 가능하며 동물적 유산 즉 청각ㆍ촉각ㆍ취각 그것보다 더욱 시각은 상좌에 앉는다.「보고 싶은 욕망」과「보이는 불안」의 기묘한 부조화가 오늘날 사회의식 속에서 선과 악을 내뱉는다.
그리하여 성적 인간은 아비와 딸이 TV 화면에서 에로 드라마를 함께 즐기는 성 문답과 나체화 투성이의 주간지를 사 들고 가는 신사 숙녀들이 늘어난다.
『예쁜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예쁜 것』(쉐익스피어 작「맥베스」제1장 마녀의 노래) 더 예쁜 것들은 더 추한 것을 가리울 테지.
▲지금까지는 박석희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정순재 신부님이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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