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디오 다이알을 어떻게 틀다보면 치사한 욕지거리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걸 듣는 수가 있다. 남북 간의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다는 증거이긴 하겠지만 불안에 앞서 듣기에 민망스러울 때가 많다. 그때마다 저들이 왜 이다지도 저질(低質)인가 하는 탄식도 하게 된다. 이러고도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화해의 성년(聖年)을 내면서 회개와 사랑의 화해를 촉구하고 있는 터이니 더욱 그렇다. ▲재작년 7ㆍ4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우리 민족 모두가 희망으로 가슴들이 부풀었다. 조심스럽긴 했으나 교회의 관심도 컸다. 공산주의와의 대화를 권장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실현할 길이 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교황 바오로 6세는「홍콩」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중공의 8억 인구를 향해 강복하면서 종교 자유를 기원하지 않았던가. 대화가 진전되면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의 생사를 알게 될 것이고 교회법에 묶여 고민하는 신자들의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었다. ▲이제 그와 같은 바램은 물거품처럼 꺼져 버린 느낌이 앞선다. 언젠가 외신(外信)은 남북 대화가 벽에 부딪히는 이유가 쌍방이 어떤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국제적인 위치를 높이려 했다고 한다. 민족의 한(恨)을 풀어 주겠다는 것은 표면적인 명분이었고 본래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대화가 시작되고부터 북한을 승인하는 나라가 갑자기 늘어났었다. 최근에 와서 북한은 한 술 더 떠서 한국을 제쳐 놓고 미국과 평화 협정을 맺자는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화의 결과가 너무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교회는 전 세계에서 화해의 난류를 흘려보내고 있는데 이곳 한반도에는 한류가 날로 세차게 굽이치고 있는 것이다. ▲남북대화에는 처음부터 방법상의 문제점도 내포돼 있었다. 서독(西獨)의 경우처럼민족 전체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결집하는 전초작업이 없었다. 대화 전반(全般)에 거스릴 수 없는「힘」을 부여할 민주적 절차가 무시된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자세와 방법으로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긴장 완화도 소망스럽지만 온 세계가 비웃을 동족 간의 욕지거리부터 없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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