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가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수원「말씀의 집」에서 개최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15개의 안건을 의결하고 6개의 보고 사항을 접수하고 5개의 건의 사항을 처리했다고 한다. 아직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되지 않았으나 이번 회의의 특미과 방향제시에 대해서는 과거의 어느 회의 때보다 괄목할 만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첫째는 주교회의의 규약 개정을 들 수 있다. 개정된 규약의 내용은 교황청의 인준을 얻을 때까지 그 발표가 보류되어 있기 때문에 논급할 수는 없으나「누구든지 소속 주교나 주교 상임위원회를 통해 안건을 제안할 수 있으며 또 상임위원회가 초청한 인사는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조처했다고 한다. 이것은 주교회의가 더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의 참여와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약의 일대 개정을 감행한 것으로서 그 넓은 아량과 일보 전진적 자세에 대해 만족과 찬의를 표하는 바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본란에서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주교회의 공개」를 제창하면서 과거의 지나친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비판한 바 있었다. 이것은 주교 이외의 많은 교회 지체들의 필요한 참여의 길이 막혀 있었고 또 주교회의의 의결 과정이나 결정 사항이 교회 일반에게 적절하게 알려지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교회 사목에 있어서도 일반 사회의 전문화 과정에 따라서 전문적 세분적인 지식과 경험이 동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의 참여할 기회가 부여되지 못하였음은 커다란 손실이었으며 또한 오늘날 사회의 정보화 현상에서「매스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서 부족하였다는 것은 역시 유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주교회의는 과거를 현명하게 성찰하고 앞을 심원하게 전망한 나머지 주교회의의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성직자 수도자 및 평신자들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나 관심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택했다. 이는 실로 주교회의가 교회 자체 안에서의 개방성을 의미하는 폭 넓은 사목 지침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교회는 이 개정 규약의 정신에 투철하여 주교회의의 운영에 커다란 진전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는 교회의 모든 지체들이 크게는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서나 작게는 각 개인의 사도적 활동 분야에서나를 막론하고 자기 소신과 의견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성안 제시할 공적 기회를 부여 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자칫하면 건설적이 못 되는 비판에만 그쳤거나 공식적 건의의 장을 얻지 못했던 아쉬움은 이제 해결의 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교구청과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의 체제 통일을 위해 주교회의 사무처가 각 교구 실무진과 협력 표준안을 작성하여 주교 상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각 교구에 시달 실시키로』결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안건도 매우 시기에 적합한 절실한 결정이다. 오늘까지의 각 교구의 사목 행정의 실정을 보건대 그 조직 체계에 있어서나 운영 방법에 있어서 각양각색으로 한국 전체 교회로서의 통일된 양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사제평의회의 구성이나 운영도 그렇거니와 사목협의회의 조직이나 운영 방법은 실로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고 더구나 사제평의회와 사목협의회의 관계 및 교구청과의 상호관계는 애매모호하다. 물론 오늘의 교회는 사회 일반의 추세에 따라 교회 안의 다양성을 폭 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교구의 지역적 특수성에 따른 특이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획일성은 배제되고 있지만 그러나 전교회적인 것이나 전한국적인 것으로 통일성이 필요한 것에는 체계화 되어야 한다.『다양성 안에서의 일치』가 고조되고 있는 마당이지만 동시에『확실하고 필요한 것에는 일치를 의심스러운 것에는 자유롭게』라는 주장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한국의 백만신도를 사목하는 교회가 주교와 사제와 신자와의 근간적 관계에 있어서 사목적 조직과 운영 방법이 각 교구마다 각양화한다는 것은 이것은 다양성으로 수당되기보다는 혼란성으로 지양되어야할 문제이다. 이번 주교회의는 이 점에 대해서 늦게나마 착안되어 교회의 골수를 정비하는 작업에 발족한 것으로서 하루 속히 그 성과를 바라는 바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각교구 당국은 거시적 안목으로서 과거의 자기 교구 입장에만 구애됨이 없이 대아적 견지에서 적극 협력함이 있어야 하겠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주교회의의 운영 자체에 있어서의 상당한 전환이 느껴진다.
그것은 주교회의가 본회의(정기ㆍ임시)가 있고 각 분과별 상임위원회가 있는 바 이제까지는 상임위원회는 특별한 활동 없이 유명무실 격으로 존재했고 따라서 모든 대소 안건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실정으로서 지극히 비능률적으로 비효과적이었었다.
이 점도 금번 주교회의에서 회의 운영 방법에서 일대 방향 전환을 도모하여 모든 문제를 각 전문상임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후 본회의의 최종 결정을 열도록 하는 방향으로 작정한 것으로 엿보임은 참으로 한국 주교회의가 비로소 현대화의 과정을 밟기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함으로써 앞에서 언급한 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자들의 주교회의 참여의 실질적 가능성도 넓어지고 또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의 주교회의 운영에 큰 기대를 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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