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학벌과 가문과 명예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더구나「박사」면 매우 흠모하고 만병통치자나 척척박사로 아는 한국 사회에서 그건 출세뿐만 아니라 출세를 위한 지렛대로 언젠가는 가짜 박사증을 사들인 일도 있다. 이는 한 개 우상이며 그 우상 앞에 우몽한 대중은 예찬한다. 그럴수록 그 우상은 고민을 한다. 자기의 전지한 실력을 과시해야 한다. 명함 서두에「박사」는 그 나비넥타이 같이 달고「내가 이런 사람이요」몇 편의 잡문 뒤에 펼쳐지는 이력서 같은 단서의 자기 소개도 잊지 않는다.
『아아, 나는 이젠 철학도·법학도·의학도 신학까지 골고루 연구했도다. 그 덕에 이제 나는 여기 이렇게 남아 있는 가련한 등신이다. 그렇고 옛날보다 더 똑똑해진 것 없이 석사님, 박사님의 이름만 좋게 어언간 10년 세월을, 올렸다, 내렸다, 이리저리 학생들의 코만 잡아 끌고 있으나,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만 알게 되다니』
(괴테 작「파우스트」비극 제1부 밤」에 서론을 폈다. 이 중 아무런 실적 없는 출판사는 등록 취소까지 시킨다.「박사」는 형설의 공이며 학위논문을 제출하여 인정을 받음으로써 공인된 학도가 된다. 그리고 거기엔 상당한 책임 첨부도 뒤따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남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인기만 노리는 전락된 판사로 남아 있는「박사」가 또한 허다하니 빛 없는 후광일 뿐이다. 박사가 곧 학자는 아니다. 학자에게 있어 학문은 곧 생활이자 구도의 행각 수행이다. 드락카 말마따나(이제까지 없었던 많은 학자가 여태까지 없었던 많은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많은 청중에게 말을 하게 해도 교수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가 없다)고 일갈한다. 이건 북을 쳐도 춤추는 자가 없다는 말인가. 과연 오늘날의 중학생이 저 아리스도렐레스나 뉴튼보다 비상하기 때문인가. 학자는 굳은 지론을 갖고 지식 그것만으 목적치 않고 그 많은 정보 지식은 행동(創著)함으로써 그「박사 는 오직 존재할 따름이다. 배운다는 욕구에서 이제는 가르친다는 욕구로 옮아갈 때 그의 지식은 쉴 새 없이 끓는 용광로 같이 종합 분석하는 것이다. 현금 한국 가톨릭 내의「박사들에게도 실망을 느낄 때가 많다. 기라성 같은「박사」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가진 탓일까? 고작 성인전 몇 권의 번역이며 외국 저서 몇 소책자를 번역하였거나, 잡문 따위를 써놓고만 있다. (물론 고고하게 면학에 여념 없는 박사도 있다) 번역 위주의 이력과 매명의 잔꾀를 털어 버리고 우리가 걸고 있는 기대는 선진 학문에 추종을 일삼는 후진 학문(번역)이 아닌 주체성 있는 개발이며 계몽이 아쉽다.
얼마 전에 방대한 12권의「대세계의 역사」가 유명 출판사에서 간행됐다. 후에 알고 본즉 일본어판 하출서방의「세계의 역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집필 감수는 상당한 대학 교수진이다. 著와 번역이 명시된 점이 전연 없다. 독자는 어쩌라는 거냐. (이건 별문제) 학자 풍토가 말이 아니다. 바라건대「박사」는 똑똑한 통신이 되지 말기 바란다.-더욱 분투를 빈다.
「새를 쫓기 위하여 허수아비를 둔다. 사람은 아니나 새들한테서 인간의 대점을 받기에 충분한 효과를 얻는다」(키엘케고을「우수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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