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지난 20일 교구 사제총회를 열고 사제공제회 규약을 심의 통과하고 즉시로 그 공제회를 결성 발족시켰다. 그 취지는 사제들의 상호 부조에 의해 그들의 노후와 의료를 보장함으로써 사제생활에 만전을 기하는 데 있고 그 재원으로는 회원들의 매월 회비 2천 원과 신자 유지들의 찬조금에 교구 본부의 4천만 원 찬조금을 합하여 기본 재원으로하고 또 가 사용 목적은 ①사제들의 은퇴 후 생계 보조 ②와병시의 치료 보조 ③기타 필요한 사업으로 하여 교구 본부 재경에서 독립 운영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회에 사제의 노후문제에 대해서 교회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고찰해 보고자 한다. 사제는 정결·청빈·순명의 복음적 권선의 정신으로 일생을 바치는 거룩한 생활을 하는 분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훌륭한 사제생활은 이미 지상에서 천상적 영복을 미리 맛볼 정도의 행복한 생활이겠고 또 그럼으로서 일반 신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인간적인 면에서는 고독한 일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독한 가운데서 고독을 느끼지 않고 하느님과 많은 백성들 사이에 매개적 봉사 안에서 그 고독을 보람과 희열로 몰입시키는 것이 바로 생활하는 사제들의 상이겠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봉사직의 성무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는 노령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말로 노사제는 고독감을 더 한층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일반 사회에서도 노인들의 소외현상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은퇴 사제들을 교회는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첫째로는 그들의 사회생활에 불편과 걱정을 없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생활의 호사나 안일을 꾀하거나 원하는 일은 물론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불안이나 염려를 끼치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병고 때에 그들에게 치료와 간호의 손길이 자유롭게 용이하게 보장돼야 하겠다. 이 문제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것 같다. 끝으로 은퇴 사제들에 대한 정신적 대우에 있어서 더욱 마음을 써야 하겠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고독감이나 소외의의을 갖게 되는 그들에게 후배 사제들과 수도자·평신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접근을 통해서 위로의 정성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제들의 노후문제는 은퇴 사제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은 현역 사제들의 문제이고 또 일반 신도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은 오늘의 활동하는 현역 사제가 곧 멀지 않은 내일의 은퇴 사제가 되는 것이 자명한 일이고 또 일반 신도들도 영적 아버지인 노사제의 문제는 각이 가정의 노부모의 문제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소장 사제들이 눈 앞의 노사제들의 불안한 모습을 보았을 때에 그들 스스로의 후원와 걱정이 생긴다는 것은 인간 자연의 심리현상이다. 그러므로 젊은 사제들로 하여금 뒷일에 대한 자기 걱정이 없게 하는 것은 바로 교회 사목의 봉사직에만 전심할 수 없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자들로서는 노사제들을 잘 섬기는 것이 곧 현재의 사제들을 잘 받드는 것이 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사제의 문제는 사제만의 문제가 아니고 교회 전체의 문제이고 또 장래의 문제인 동시에 곧 오늘의 문제인 것이다. 사실은 이 문제가 과거에 산발적으로 교회 각 계층 안에서 거론 안 된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사제 측에서「自手削髮」격으로 거론하기보다는 오히려 평신도 측에서 먼저 자진능동적으로 창의했어야 마땅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선후는 여하간에 이번 서울대교구에서「사제공제회」를 결성한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영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규약에 의하면 교구 본부의 거액 찬조 기금과 사제들의 회비가 재원의 주축이 된 것 같이 보이지만 여기에는 교구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협력이 절대로 요청된다. 그것은 앞에서 역설된 와 같이 이 문제는 바로 평신도 자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교회 안의 여러 가지 협력 후원의 단체 기구가 많은 가운데 쉽게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평신자 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통적으로 걱정하고 논의하여 왔던 것이고 다만 산발적 개별적 의견에 그쳤고 조직화 집결화되지 못했던 까닭으로 그야말로「有意莫遂」이었던 것이 이번 기회에 그 활로가 열렸다는 감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서울대교구의 사제공제회의 설립을 계기로 해서 교회 전체적으로 이 문제가 더욱 발전되기를 바라고 싶다. 사제의 노후문제는 오늘까지도 이에 각 교구마다 그 지방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나름대로의 대책이 마련되었거나 연구 중에 있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울교구의 사제공제회가 하나의 모형으로 참고되어서 각 교구마다 어떠한 문개 심사의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각 교구별 기구의 편성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점차 각 교구의 운영 형태를 보아서 전국적 연합체까지도 구성되어 조화를 이룩하는 것은 더욱 소망스러운 일이다. 은퇴 휴양 중에 있는 사제 제위의 평강을 빌면서 교회 각층의 더 한층의 성원을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