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인간 구원의 경륜에는 구세사라는 시간의 신비와 구세지라는 장소의 신비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인간의 생활 안에 직접 관여하신 하느님은 이러저러한 구원의 사건을 특정한 인간 역사(이스라엘) 안에 전개하셨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인간 생활권(팔레스타인) 안에서 이룩하셨다.
사실 팔레스티인 지방은 아브라함이 주의 부르심을 받아서 차지한 땅이요, 모세와 요수아가 이스라엘을 위하여 회복한 땅이요,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뜻을 폈던 곳이요 우리 구세주 예수께서 지상 생애를 보낸 곳이요 사도들이 초대교회를 전파한 곳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지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자기네 종교의 기초로 보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스람교 신도들은 팔레스타인을 그들 종교의 발상지 또는 유원지라 해서 성지로 부른다. 구약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지에 대한 삼대 종교의 애착심은 대단한 것이고 때문에 민족적 종교적 갈등이 이 지역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리스도교만 볼지라도 일찍부터 많은 신도들이 원로의 위험과 곤란을 무릅쓰고 성지에 순례하였으며 중세에는 터키 민족의 침공에 대하여 순례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점령하에 있는 성지를 탈환하기 위하여 여러 번 십자군이 동원되었고 성전기사회라는 수도회까지 발생하였다. 최근에는 공의회 중에 교황 바오로 6세가 친히 성지를 순례하면서 복음적 원천에로 돌아가려는 교회의 자세를 상징적으로 표명하였다. 구세주께서 탄생하시고 살으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 땅이야말로 우리들 모든 그리스도교도의 지상에서의 정신적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지는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래로의 정착 이후만 볼지라도 바빌니아·에집트 페니키아 아씨리아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토마 아라비아 터키 프랑스 영국 등의 지배를 번갈아 받으면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스람교 등의 각축장이 되었고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한 후로 오늘까지 유대인과 아랍인의 전쟁 상태가 계속되고 나아가 국제 분규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변천에 관계없이 교회는 꾸준히 구세주의 유적을 보호 보존하기 위하여 많은 희생을 치렀고 중세 이후로는 특히 프란치스꼬회에 성지 보존 사업을 위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위 6일 전쟁 이전에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성지를 분할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례자들에게 큰 곤란을 겪게 했고「예루살렘」시 자체도 분할되어 있으나 지금은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지배하에 있어서 순례하기에는 편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4차에 걸친 전쟁으로 무수한 난민들이 생겼고 성지의 주요 유적들을 보수 보존하는 수도회와 교회의 교육·의료·자선·문화사업이 막대한 재정적 곤란을 당하고 있으며 민족 간의 대립과 적대 행위에 의한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어 교회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인류 문화의 중요한 유산을 희생시키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신앙의 자세마저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교황은 금년 3월 25일에 특별 담화를 통해 모든 신도들이 성지 보호사업에 직접으로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성지를 순례한 사람들은 아는 일이지만 희랍 정교회나 유태교나 이스람교가 관장하고 있는 유적에는 장소 정
리비조로 관람료나 참배료를 받지만, 가톨릭 교회에서 관장하는 일체의 유적에는 무료 입장이기 때문에 상당한 유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순례자들을 실비 염가로 수용하는 시설 유지와 성서학 교회사학의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하고 연구하는 교육시설 연구시설의 유지도 큰 부담이다. 그리고 민족과 종교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서 성지의 사회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난민 구호사업 사회복지사업에서도 가톨릭 교회의 책임이 크고 기대도 큰 것이다.
문화 민족일수록 고유한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가꾸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처럼, 그리스도교도들도 우리 신앙의 초석인 구세주의 유적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하여 힘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에는 중동의 평화와 교회사업을 위한 기도와 아울러 원호사업과 성지 보호사업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일들이 포함된다. 6·25를 체험한 한국 가톨릭은 이런 사업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 바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