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기도라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진심으로 바쳐질 때 차뜻이 부여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을 위주로 모든걸 처리하게 되고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왠지 형식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전 역시 한때는 미사중에 바쳐지는 신자들의 기도를 따분하게만 생각하고 아무런 느낌없이 지나치기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차갑고 무딘 저의 마음에 진정 열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된 것은 그토록 건강했던 제가 갑자기 시름시름 앓다가 곧 나아버렸다면 지금의 이 귀한 선물을 저는 얻지 못했겠지요? 하느님께서는 고맙게도 저에게 제 법묵직한 병인 페결핵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저는 늑막염까지 겹쳐서 생전 처음으로 입원이란 걸 하게 되었고 어렸을 때, 아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입원해보고 싶다고 장난으로 친구들과 떠들어 대던 일들이 죄스럽게 떠올라 가슴이 아팠습니다. 병실에서 지내는 동안 저는 제주위에 아파서 고통받는 이웃이 그토록 많은 것에 놀랐고 병문안을 와주시는 많은 분들의 위로가 지쳐있는 저의 가슴을 녹여주는 데에 또한 말할수 없이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퇴원 예정일은 다가오고 병세는 별 호전이 없고 부모님은 입원비 걱정을 하시는 듯 했습니다. 누워있는 저로서는 너무도 고통스러웠고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입원하는 날부터 요셉 성인께 올리던 기도가 희망이 없음을 느끼면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간절히 바칠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뜻밖에도 저는 퇴원예정일에 의사선생님의 퇴원허락을 받게 되었으며 병세도 좋아지고 있다는 고마운 소식까지 받았습니다. 퇴원수속을 마치고 오신 아버지의 밝은 표정-예상보다 입원비가 적게 나오것입니다.
그렇게 입원비 부담이 적게 된 것은-학생시절 한 두장의 그리스마스 씰을 사면서도 귀찮아하던 부끄러운 일이-결국 크리스마스 씰의 덕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도움으로 많이 회복되어진 저는 저의 고통에 비해 너무도 값진 선물에 목이 메입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정말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너무도 좋으신 하느님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아낌없이 써주시길 오늘도 두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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