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자 가톨릭신문 10면에 게재된 어느 고등학교의 기사는 교사의 입장으로서 몇 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우선 낙후된 농촌 마을에서 손수 피땀으로 학교를 설립하시고 오늘날의 명문으로까지 발돋움시킨 교장신부님의 희생적 노고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 고등학교에서는 교감선생님께서 아침 6시30분에 나오셔서 밤늦게 11시에 귀가하시고 교사들도 2명씩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야간학습을 감독하셔서 그러한 결과로 금년에 명문대와 지방대에 좋은 진학율(60%)을 올렸다고 기사화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밖의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도 뒤따랐을 줄 믿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의 필요가 절실한 이 시점에서 교육이 자칫 소홀하기 쉬운 몇 가지 점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입시라는 멍에를 아이들에게 씌워 얼마나 고된 학습을 강요해왔던가? 그 잘못된 교육제도로 천진한 아이들을 점수 따는 기계로 전락시켰으며. 인성을 도외시하고 강요에 의한 주입식교육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얼마나 무시해 왔던가를 생각하면 부끄럼이 앞선다.
해마다 50여명의 학생들이 성적문제로 비관하여 자살한다는 내용은 언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달 전에 있은 우리 가톨릭 학교장단의 모임을 기억한다. 거기에서도 아이들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보충학습, 야간학습을 폐지하는데 앞장서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아직도 많은 사학이 과열경쟁으로 타학교가 10시까지 보충ㆍ야간학습을 하면 우리쪽은 11시까지, 이러한 모순의 반복으로 아이들과 교사는 질적인 교육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이 전서와 사랑이 마비된 기계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요즈음 민주화, 민주화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교육의 민주화는 너무도 요원하다. 체제유지적인 관제교육의 틀 속에 모든 교사들은 나름의 교육관이 무시된 채 획일적인 주입식교육만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밀알이고 빛과 소금일진데 이러한 폐단을 우리가 앞장서고 참교육의 의미를 깊이 통찰하여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법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타학교와의 눈치와 경쟁에서 탈피하여 자치적인 교육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실적위주의 교육, 좋은 대학에 몇명 더 진학시키기 위해 아이들의 인성이 무시되고 그래야만 명문으로 인식되는 풍조는 지양되어야만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훌륭한 모범생이라는 논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학생들의 HㆍR시간 CㆍA시간마저 국ㆍ영ㆍ수 과목으로 빼앗기고 예체능 과목마저 시간표에서 사라져야 하는 일러한 실태, 우리는 어찌 이 암울한 시대에 편승하여 살아야 하는가?
물론 사학이 존립하려면 지역사회의 신망을 얻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학 입시위주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러한 교육의 불합리점을 눈앞에 두고 우리 신앙인 말고 누가 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가톨릭 학교의 특성을 살려야하고 그 가톨릭 정신으로 아이들을 훈육하여야 하며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에까지 계몽하여 지역주민들에게 가톨릭 이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지금은 교육법 개정이 국회에 상정되고 있고, 많은 교육학자와 교산ㆍ부모들이 연대하여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대 역행적이고 인간성 파괴적인 발상의 강요에 의한 보층ㆍ야간 학습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탈진한 모습으로 새벽같이 학교에 나가고 밤늦은 시간에 파리한 모습으로 귀가하는 우리의 아들 딸을 생각해 보아!
또 이 순간 어느 소녀가 성적비관으로 죽음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먼 훗날 우리는 이들에게 무슨 고백을 할 수가 있겠는가? 한날 시대의 불운으로 돌릴수 있을까. 이제는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자유가 무엇이고 진리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줄 때이다.
잠시 예수님이 문교부장관이고, 교장선생님이고 교사가 되어 주신다면 어떠한 교육철학을 펼치실는지 함께 생각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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