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86년 3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의해 한국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공표된 날로부터 만3년이 넘어선 셈이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9월8일 바티깐 세계성체대회위원장 로씨 추기경 명의의 공한이 전세계 각국 주교회의의장에게 전달됐다. 제44차 서울성체대회를 준비할 국가대표를 임명해달라는 요지의 로씨 추기경의 공한은 한국교회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거는 바티깐과 교회당국의 시각을 밝히고, 아울러「서울」을 세계 성체대회 개최지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교황성하는 제44차 성체대회를 허락해 달라는 한국주교회의의 청원을 실로 큰 기쁨으로 인준, 세계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하는「비중」을 실감케 해주기도 했다.
서울세계성체대회 개최는 한국교회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893년「예루살렘」 1937년「마닐라」 1964년「봄베이」이 이어 아시아지역에서는 4번째 개최이자 비영어권국가로서는 처음이라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가 기대와 희망을 거는 갈망하는 세계를 상징하고 있으며 세계대회를 개최할 만큼 성장하였고 나아가 복음적 토양이 풍부한 비그리스도교국 이라는 사실에서 서울개최의 참의미를 찾아야한다고「성체대회준비위」를 축으로 추진되어온 성체대회 준비는 현재 상당한 부문에 이르기까지 진행되고 있음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4박5일간의 행사 일정안이 마련돼 매스컴을 탄바있으며 교황성하의 방한설 역시 「공식발표」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 기정사실처럼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3백여명의 준비위원들이 각 분야에서 뛰고 있는 준비의 현장만 보더라도 서울세계성체대회의 성공적인개최를 쉽사리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체대회의성공적인 개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지 모른다. 우리국민의 기질상, 더구나 교회의 체질상 성공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체대회를 7개월 앞둔 이 시점에서「교황님 오시는 것이 곧 성체대회」로 인식되고 있다면 참으로 유감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세계성체대회는 교황성하가 직접 참석하거나 대리로 특사를 파견, 각국교회의 성직자 평신도 대표들과 함께 대회를 주재하도록 되어있다.
이 같은 전통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한 몸임을 재확인하는, 전체교회의 일치를 상징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때문에 성체대회는 인류를 위해 당신의 몸을 떼어나누어 주시고 송두리째 내놓으신 그리스도. 성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교황님 오시는 것」이 곧 성체대회가 아니라 교황님 또는 그 대리자가 참석,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삶을 재현하고자 다짐하고 실천하는 것이 성체대회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불과 7개월여를 앞둔 성체대회를 두고 이정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이에 성체대회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성체대회 개최 확정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성체대회 의미가 전체 신자들 사이에 확고한 느낌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준비상황에 따르면, 앞서 지적한대로 우리교회의 철저한 준비정신에 따르면 서울성체대회 그 자체의 성공여부는 의심의 여지조차 없다고 봐야한다. 대회자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우리가 진짜로 성공해야 할 것은 성체대회의 기본정신을 우리의 삶으로 사는 일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10월부터 펴기 시작한「한마음 한몸운동」은 서울세계성체대회가 외적인 행사에 그치지않아야한다는 준비위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성체대회와 더불어 성찬의 깊은 뜻을 실제 삶과 연결시켜 생활 속에 실천하고자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우선 그 비중과 중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도ㆍ헌혈ㆍ헌미ㆍ임양ㆍ결연ㆍ헌안ㆍ봉사 등 이 운동의 실천방안 속에는 성체의 나눔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빵의 나눔」그 기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겠다. 「한마음 한몸운동」은 성체대회와 별개의 행사가 분명하다. 인류를 위해 나누어지고 쪼개진 빵으로서의 예수그리스도, 성찬의 의미를 올바로 받아들이기위해 나눔의 행위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것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한마음 한몸운동」은 우리의 성찬제를 우리만의 장이 아니라 이 땅 모든 이가 함께하는 사회의 성찬제로 승화시키는 본질적인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 하겠다.
사목헌장(4장)은『인류가 오늘과 같이 풍부하게 부와 자원과 경제력을 누려본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세계빈곤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이 지구촌에는 영속적으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약4억6천만을 헤아리며 이중 40%가 어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점심을 굶어야하는 어린이, 힘겨운 삶을 책임지고 꾸려나가야 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의 아픔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한다.
나눔이 배제된 성체의 신비는 바로 나눔에 있기 때문이다. 성체의 나눔에 앞서 우리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행위는 바로 빵의 나눔, 빵의 기적 이어야할 것이다.
우리가「한마음 한몸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이. 「한마음 한몸운동」은 성체대회를 위해 필요한운동이 아니라 크리스찬인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어야 마땅하다.
성체대회 성공여부는 우리가 성체대회의의미를 얼마나 아는 가에 달려있다. 성체의 나눔에 앞서 빵의 나눔을 실제로 사는 것에 달려있다. 「성체대회를 바로 아는 것」, 지금부터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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