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오후 7시30분경 명동성당 입구. 부활절 미사에 참여했던 많은 신자들이 귀가하고 있었고 성당의 입구 돌화단에는 연인들로 보이는 몇 쌍의 젊은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부활 축하해. 그런데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
『그럼、예수님이 죽으신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이 부활이지』
『그런 설명 말고、부활이 정말 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거야』
『복잡하게 묻지마. 그냥 단순히 알면 되지 뭐』
인류역사의 획을 그은 부활사건이 있은 지 어언 2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월의 흐름 가운데 이 부활사건을 믿는 그리스도인이 전 세계적으로 20억을 상회하게 됐다.
2천년 전에는「예수」라는 인물과 그를 추종하는 몇 안되는 제자들이 사랑의 복음을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만큼 선포、많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조차 변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수가 활동했던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무질서와 이기심、비윤리와 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양심의 소리를 거부하지 못하고 양심대로 행동하는 이들、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올바르지 못한 것을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시대가 바뀌고 정부가 바뀌어도 좀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세상 이면에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지배하는 하느님나라의 도래를 믿고、각자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세상에 나타나 있는 온갖 악의 현상들을 볼 때 이런 사람들은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젊은 연인들의 대화에서 나타난 대로 부활로 이끈 예수의 삶과 지금 나 자신의 삶을 비교、변화되려는 모습이 빠져버린 주입된 부활신앙관을 순수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십자가 없는 부활은 무의미하고、부활 없는 십자가는 색깔이 없다』는 어느 교회 영성가의 말이 강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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