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맞는 성소주일이지만 금년은 성년 기간이므로 신학교나 수도원 등의 각종 행사 계획이 더욱 특이성과 다채로운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의 성소문제는 연례적인 행사로서 끝내기에 앞서서 좀 더 깊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교회의 세계적 조류로서 볼 때에 성직자·수도자의 성소가 점차로 감소의 경향을 걷고 있고 또 한편 기성성직자 수도자의 난탈 수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교회에도 이러한 경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비록 그 수효에 있어서 지금 당장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앞으로는 불원문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성소 중에서 사제의 성소와 수도자의 성소 사이에는 구분해서 고찰해야겠다. 왜냐하면 성소 감소의 경향에 있어서는 공통된 점이 있지만 그 심각성에 있어서는 크게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란에서 검토하고자하는 것도 사제 성소에 중심을 두고 문제점을 찾아 보려는 것이다.
먼저 성소에 있어서는 두 단계의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첫째는 성소를 유지하는 단계이고 둘째는 계발된 성소를 유지하는 단계이다.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에 성소하면 신학교 입학시기까지를 개발단계, 학교를 졸업하고 사제로 서품될 때까지를 성소 육성단계, 서품된 이후부터는 성소는 완료되고 성직자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 두 단계를 성소 개발단계 성직자단계를 성소 유지단계로 간주하려고 한다. 그것은 성직자의 도중 이탈은 성소의 완성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계등단계의 위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유소년 시기에 신앙이 두터운 소질이 나타나고 그 취향이나 재질에 있어서 성소가 있을 가능성이 추정될 경우에 이를 계발시키느냐 그렇지 않으면 이를 저해하느냐의 모험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대별해서 네 가지의 범주가 있겠다. ①은 가정의 문제이다. 좋은 성소는 좋은 신앙가정에서 나온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옛부터 충신은 효자의 가문에서 난다는 말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소가 불실신앙의 가정에서 나올 수는 없다. 즉 가정의 부모가 착한 신앙의 표양을 통해서 자녀의 있을 수 있는 성소를 점차로 계발시켜야 한다. 만약에 반대로 부모의 신앙 표양이 불량하다거나 또는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존경심 대신에 비판과 비난을 일삼을 때에는 모처럼 싹트려는 성소를 여지없이 꺾어 버린다. 이것은 하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②는 교회 안에서의 문제이다. 보미사단의 지도나 주일학교 교육 과정에서 소년들의 종교 정서 계발과 봉사정신의 양식관을 함양하는 중대한 계기가 있다. 이때의 교사들의 표양과 책임은 실로 가정 부모의 그것에 못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주일학교 교육이 대체적으로 소홀히 여겨지는 추세를 볼 때 성소 계발문제와 관련 지워서 중대한 문제이다. 성소 계발은 본당 주일학교의 막중한 책임임을 강조하고 싶다. ③은 기성사제(수도자)의 이미지에 관한 문제이다. 미래의 사제를 꿈꾸고 있는 소년들에게는 현역 사제들의 일동일정은 너무나도 예민하게 느껴지진다. 사제들의 공적사적 생활의 일거일동이 그들에게는 한없이 깊은 영상으로 비추어진다. 뿐만 아니라 사제들의 행복감이나 좌절감 등의 1제1소가 바로 그들의 장래를 결정 지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제상은 교회 특히 그들이 속하는 본당 사제들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고 다음으로 신학교 교육을 담당한 교수 사제들의 역할이 막중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성 사제단이 곧 미래 사제의 증감에 지대한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제가 사제를 부르고 또 사제가 사제를 낳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④는 세상 안에서의 문제이다. 소년들은 점차 성장함에 따라서 현세상과의 접촉면을 넓혀 가기 마련이다. 현사회는 대개가 불신앙의 시대에 있다. 그러므로 물질만능의 사상과 안일과 쾌변을 위주로 하는 풍조는 사회의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 세대에까지도 점차 침식하여 간다.
이때에 청순한 신심에서 우러나오던 연약한 성소의 싹은 현대 사조에 오염될 위기에 봉착한다.
더욱이 그들의 교회 밖의 행동 반경이 넓어지고 교우관계가 확대됨에 따라 그 위험성은 정비례하게 된다.
이 문제는 앞의 세 가지 문제보다도 더욱 어려운 관문이다.
이것은 아마 가정·교회·사제단의 3자가 합동작전으로 극복해야할 직선인 것 같다.
이상에서 성소 개발 단계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길을 대략적으로 모색해 보았다. 이것은 일견 소극적인 대책으로만 보이나 사실은 교회 각 분야의 신앙이 진정 올바른 단계에서만 그러한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가장 적극적인 대책일 것이다.
끝으로 서두에서 언급한 바 성소 유지 단계의 위기에 대해서는 아직은 심각한 문제로 되지 않는 만큼 여기서는 문제의식만을 제기하는 데 그치고 자세한 분석은 보류하겠다.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 안에서 아직은 성소의 위기의식이 절실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절박한 위기가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교회 각 분야의 각별한 관심을 축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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