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베드로) 씨의 옥중 수기 벽돌집 속편의 출판 기념회가 지난 3월 15일 있었던 것은 이미 알려졌다. 2년 전인 72년 1월 25일에 벽돌집 전편의 출판 기념회가 있었고, 그때 부산을 시발점으로 김 베드로의 가석방을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이 필자의 발기로 전개되었으며 그 해 6월 10일에 이 목표가 달성되어 법무부에 10만 명이 서명한 가석방 진정서가 제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옥중 참회의 수기 벽돌집 2권을 놓고 필자는 다시 한 번 김 베드로는 꼭 가석방되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김 베드로의 범법 사실의 요지는 1963년 5월에 동생 김종대와 3개소에서 강도행위를 했다는 것으로 그 중 백금당에서 귀금속류를 얼마간, 약국에서 현금을 약간 취득하고 마지막으로 조흥은행 영주 지점에 침입하여 금고에 접근하다가 미수에 그치고 체포된 것이다. 취득한 장물은 모두 즉시 반환되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뉘우친 흔적이 역력했는데도 계엄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가 설치장관의 확인과정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된 것이다.
김 베드로는 중형이 과해진 데 심리적으로 안도되어 항소권을 포기하고 1963년 8월 13일자로 형이 확정된 이래 지난 4월 13일로서 10년 8월을 복역하고 있는 것이다.
가석방 진정 요지는 ①형법에 구정된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3분의 1을 훨씬 경과하여 3분의 2를 넘긴 지 오래며, 징역 15년이란, 범법행위 사실에 비해서 당시 계엄군법회의로서는 불가피했을지 모르나 현재의 법원의 양형 기준에서 보면 엄청나게 중형이란 것을 고려해야 하며 ②김베드로의 복역 행장이 일급 모범수로서 교도소 내의 표본이 되고 있고 ③그는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 그 아내로 하여금 인고로서 정절을 지킬 수 있도록 옥중 결혼식을 올리고 회오와 참회의 생활을 통하여 그 아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데 성공하였고 옥중에서 영세하여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되었으며 그 심성이 표준적인 양심과 성실을 가진 사람으로 변모되었음을 그를 만나 본 모든 사람들이 확신하고 있고 ④혈누로 점철된 수기「벽돌집」을 집필하여 벽돌집 담장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그의 아내 최 여사가 한 지아비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오히려 바보스런 면을 느낄 정도로 순수하고 귀한 부부애를 보임으로써 비록 그들이 생리적인 또는 법률적인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부부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오늘날 성 도의와 부부 도의 타락과 성 공해의 오염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해 가고 있는 때에 이 부부의「플라토닉」한 사랑을 벽돌집 밖에서 자유를 누리는 우리들 중에서 그 누가 과연 현재의 김 씨 부부보다 더 나은 순결을 갖춘 부부생활을 한다고 선뜻 나설 수 있느냐는 반성의 기회를 주고 있는 그런 공헌을 하고 있으며 ⑤김 베드로의 가석방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비록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참되게 참회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보상이 주어지는 풍토를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풍토에 사회악과 부정부패를 영구히 추방해 버리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데 있었다.
이상의 가석방의 당위에 대한 소신은 지금 이 순간에 더욱 절실히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도 행정 당국이 장기수에 대한 가석방 운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 정책상의 이유가 없지 않는 줄은 이해하지만, 형사 정책상 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에서 만들어진 이 제도를 잠재우는 듯한 과거의 전통을 우리는 김 베드로의 경우에서 과감하게 깨뜨려 줄 것을 간절히 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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