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십니까?」「네, 저 혼자입니다」퍽도 간단한 질문이자 대답이다.
동회 사무원은 거주 증명서를 훑어본 다음 다시 한 번 날 쳐다본다. 나이 사십을 넘기고도 동거인 한 사람 없이 달랑 외톨로 산다는 것을 죄스런 눈으로 살피듯 한다. 이런 경우 늘 생각나는 표어가 정수리에 박힌다.「수상한 자를 신고하자」주민등록증 뒷쪽엔 대구서 살다가 남해섬을 갔다가 또 마산에 올라와 살다가 지금 대구시의 맨 구석 골짜기에 아흔 가호쯤 끼어 사는 상리동(새방골)에 온 사실이며 아무 연고자 없이 또한 동반자 없이 홀로인 사나이가 수상쩍다 할 것이다. 세상에 누군들 어떤 모양으로나 끼리끼리 엉켜 철저한 가족관계로 거미줄 치듯 살게 마련이나 그런 생활 구조를 굴래를 벗듯 거미줄에서 뛰어내린「신부」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웃사이더이다. 뚜렷한 명분은 서 있다. 그 명분을 위하여 괴물 같이 특이한 의식구조를 가지고 아무 데서나 뿌리를 박고 산다. 고독한 모든 이를 위하여 원형의 고독자가 되어야 한다. 이「신부」라는 이중적 존재 양식은 어떤 사적 부분 위에 특에 박힌 종신형 같은 공적 인간은 천 명의 회중과 붐벼도 또 다른 원죄 같은 고독과 싸우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혼자인가?」이 물음의 답은 추상적으로 아무리 미화하더라도(신학적 정의를 떠나서) 「자기 때문이 아니다」이 결론만이 진리이리라.
인기 배우는 무대에 서고 가장 인기 없는 자는 제단을 올라가라. 그러나 때로는 이 두 무대에 다 오르고 싶은 것도 부인치 않는다. 흔히는 외톨박이고 세상을 가장 기쁘게 걱정 없이 편케 산다고 일러 준다. 사실일까? 수도자에게보다 거러지에게 적선을 해야 마땅하다. 이 고자(敲子)에게 외로운가를 묻지 않는다. 의당 고독해야 한다는 질책도 있다. 이 엄청난 고독은 그들로 하여금 가면을 벗어 버리고 싶은 것. 그런데도 인생의 무도회에서 이 슬픈 역할을 해야 하는 불가해 혹은 반신(半神)적 존재로까지 만들지 않았는가?「심심하지 않는가?」고독과 걱정함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인삼 뿌리 먹는 것과 무 뿌리 먹는 차이다. 심심한 원숭이는 암컷의 털을 헤치고 이를 잡아 먹는다. 그건 고독하고는 먼 거리이다. 제법 철학·신학·문학을 밑천 삼아 내면을 파고드는 인간에게는 더욱 고독의 실감을 찾고 그 아름다운 고독을 홀로 즐기는 것이다. 미국, 어떤 사회학자 글에『한쪽 눈과 한쪽 귀로 TV의 야구 중계를 보고 또 다른 한쪽 귀로 옆 라디오의 경음악을 들으며 남은 한쪽 눈과 두 손으로 화려한 화보 잡지를 들춘다』고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비꼰 말이지만 과연 모두 반쪽씩이다.
분망할수록 더욱 진공상태에 놓인다. 습관성 마약 중독자처럼 담배 꽁초를 연방 비벼 끄면서 왜 또 담뱃불을 딩겨 무는가? 부부 한 쌍은 반쪽의 연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역시 외로운 반 쪽이다.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이쪽에서는 다만 근엄하게 거룩한 눈으로 외롭지 않는 흉내를 낼 뿐이다. 세상은(신의 조화) 내 뜻을 물어 본 적 없이 조성되었고 내 뜻을 알아 보지도 않고 세상엘 날 내려 보냈고 내 뜻을 따르지 않고 세상은 되어가고 내 뜻을 거슬러 나는 죽는다. 날 때부터 외톨이다. 여행의 최대의 즐거움은 고독을 음미하는 데 있다고 한다.「신부」의 생애는 반칙이다. 그래서 좋은 여행은 한 사람에 한한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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