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분명히 말합니다. 당신들은 생활 태도를 바꾸시오. 그리고 어린이와 같이 되시오. 그렇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나를 믿는 이 보잘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 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입니다』(마태오 18·3~4·6)
등골이 서늘해지게 하는 성주의 박명이다. 해마다 5월 어린이달이 오면 으레 베풀어지는 행사들이 교계 내외를 막론하고 행사치례에 그치고 마는 수가 예사여서 가슴에 집히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어린이날을 전후한 행사는 어린이를 위한다는 것이 도리어 어린 주역들에게 고역을 치르게 하고 어른의 눈과 귀를 만족하게 하는 데에 그치고 마는 주객 엇바뀜을 목격하곤 한다. 그리고 그 축하 잔치 등의 연예·체육·표창이나 시상 대상은 진정 혜택을 입어야 마땅할 불우 아동·직업 소년·시설 아동들은 흔히 외면된 채 환경 조건이 유리한 부유층 아동 위주로 짜여지는 것이 일쑤임을 본다.
5월 초에서 중순에 걸쳐 신문·잡지·라디오·텔레비-온갖 매스미디어가 총동원되어 <어린이헌장>을 구가하면서 어린이 보호운동에 앞장서지만, 이 계절풍이 스쳐간 뒤로는 1년 내내 감감소식임은 아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1개월 간은 매스콤이 동심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막심함을 보겠다. 약빠른 상혼이 동요곡에 변승하여 데데한 광고 행위에 급급한 CM송이며 동심을 속화·암흑화시키는 사려 얕은 프로며 노래며 기사들-그 중에서도 주간지들 중의 저속한 황색 지면과 흑색 지면들….
<어린이헌장>그 정신을 살리고 그 내용을 준수하는 어른들과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여<색동회>는『어린이 보호 305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은 흐뭇한 일이다. 모름지기 모든 어린이는 시시각각으로 따스하고 밝게 곧게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할 줄로 안다.
2
눈을 안으로 돌리면 그리스도의 강력한 분부를 받들어 그의 교회가 시공을 뛰어넘어 미성년 육성에 힘써오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이라 하겠다.
그런데 자칫 타성화·형식 면에서만 맴도는 미온적 양상은 반성할 여백이 많음을 느끼게 한다.
무관심처럼 무서운 문화병은 따로 없을 것이다. 가정에 있어서의 종교 교육이며 품성 훈육의 소홀한 점은 부모의 대자녀 관심도가 외향성에 치우친 탓이니 모든 물적 외적 혜택에 앞서 자녀의 영혼에 항상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시정되어야 하겠거니와 주일학교나 교회 학생회 운영 면에도 맹점은 수두룩함을 지적 아니 할 수 없다.
첫째 본당 예산 편성에 주일학교·학생회 운영비가 책정되어야 하겠으며 우선 주일학교의 모든 시설을 최선을 다하여 갖추어야 할 줄로 안다. (책상·걸상·칠판·괘도나 융판·환등기 등의 시청각 교재·운동기구·도서실과 각종 책자들) 이 같은 환경 조건을 단계적으로 갖추어 나가는 한편 교사 양성에도 중점적 배려가 있어야 참다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료 봉사자면 아무나 담임을 맡기는 식의 安易한 방법을 쓴다면 이는 오히려 교각살우의 우에 근접할까 두려운 일이다.
그 다음 주일학교의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정기적인 교사회 연구 수업 아동 발표회(성가나 동요 종교담화 글짓기나 독서감상문 일일일선 보고 등) 대축일을 앞둔 1개월 간의 평일 미사참예 권장 방안으로 마련된<은총표> 배부와 판매 방법으로서의<은총시장>설치도 매우 실질적이고 효과롭게 어린이들의 흥미와 열의를 북돋는 방안이 될 것이다.
학생회도 이에 준하는 연구 검토가 있어야 할 줄로 안다. 흔히 어떤 본당에서는 제대로 리더도 없이 중학생회 고등학생회 대학생회가 저희들 나름으로 자치회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겠는데 만만코 불가한 일이다. 전문적으로 관심을 품고 연구한 반차문가가 된 이가 가르치고 이끌어 주어야 가변성 많은 시절의 그 학생들을 올바로 길 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떠서 교계적으로는 가지수가 많은 주일학교용 교재 부독본 참고 서적<어린 구도자 입문서>와 종교 문예물의 활기찬 출판을 비롯하여 효과적이고 실용성 있는 어린이 마사책 기도서 어린이용 성가집과 주일학교용 노래집(그 작사와 작곡) 등 시급한 과제가 너무도 많다. 그런데도 이 방면의 적극적 움직임이 엿보이지 않음은 심히 유감된 일이다.
교회는 밀물져 몰려오는 온갖 어둠과 부패의 탁류를 전력으로 가로막고 어린 싹들을 밝고 맑게 감싸며 위에로 이끌어 나갈 방파제요 뱃사공이 되어야 함은 성주께로부터 받은 자동적 소임임을 재인식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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