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찬미의 노래가 힌두교에 뿌리를 둔 거대한 땅에 조용히 울러퍼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교파가 다르고 국적 신분 언어도 다르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활짝 열었기에 갈등도 거리감도 없다.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해온 떼제공동체가 마련한 범세계적인 화해의 순례모임이 구랍 27일부터 1월 1일까지 인도남부「마드라스」에서 열렸다. 이 세상에 만연한 의심을 없애고 평화와 신뢰의 누룩이 되기위한 이번 순례모임을 1월 18~25일 일치주간을 소개한다.
인도지역과 아시아 각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1만 5천명의 젊은이들이 참가한 이번 모임에 한국에서는 재일교포신부 1명ㆍ개신교 목사 2명ㆍ수녀 3명을 포함 22명이 참가했다.
26일 정오 우리 일행은「마드라스」공항에 도착했다. 기온은 섭씨 27도.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바람이 더 후꾼하게 느껴진다. 마중 나온 쟈콥수사의 안내로 공동모임 장소인 로욜라대학으로 향했다.
캠퍼스 안에는 이번 모임의 포스터 현수막이 붙어있고 인도 젊은이들은 손님맞기에 여념이 없다. 1년전 이곳에 와 인도 젊은이들과 함께 모임을 준비했다는 김미정 수녀(아네스ㆍ佛성안드레아수녀회소속)로부터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인도 고유의상 사리를 입고 나와 우리를 잠시 어리둥절케한 김수녀는 특히 음식물 조심을 당부한다.
저녁 7시가 조금넘자 이미 도착한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촛불을 켜놓고 공동기도가 시작된다. 하느님 앞에 우리는 하나임이 자연스럽게 피부에 젖어온다.
저녁식사는 공동으로 분배받았다. 나뭇잎으로 싼 뭉치 하나가 식사란다. 쌀에다 카레라이스 같은 것이 섞여있는데 도저히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대부분 손가락으로 몇번 끌적거리라 그만 두었으나 그래도 열심히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27일 아침부터는 각 지역에서 밀려오는 사람들로 캠퍼스 안이 붐볐다. 학교나 교회 혹은 가정집으로 나눠 숙소배정을 받은뒤 각자 짐들을 일단 숙소에 갖다놓고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첫 공동기도 모임에 참석했다.
야자수 잎인지 대나무 잎인지로 엮어 지붕만 덮어 놓은 대형홀에는 중간 중간 나무 기둥에 각나라 표시가 붙어있다. 「한국말」이라는 표시가 앞부분 합창단 바로 뒤에 보인다.
이번 모임의 핵심이 되는 공동기도는 매일 오전 9시 30분ㆍ오후 5시 두차례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한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묵상 노래가 반복, 이어지다가「알렐루야」로 바뀐다. 그리고 각 나라 말 독서에 이어 10분간은 침묵의 시간이다. 특히 중요시되는 침묵시간에는 간간이 기침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느님께 귀기울이며 묵상에 잠긴다. 종파를 초월해 일치를 더욱 진하게 체험하는 장이다.
청원기도가 이어지고 떼제공동체 창시자 로제수사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제대 앞에 나갈 때 항상 어린이와 함께 나가는 것이 이색적이다. 29일 저녁 로제수사는『모든 세례받은 사람은 화해에 대한 초교파적 소명의 씨앗을 갖고있다. 우리가 화해를 연기한다면 교회일치 운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전 11시ㆍ오후 2시 45분에는 그룹모임이 있다. 크게 주제「신뢰의 순례」에 대한 토론, 침묵 묵상 합창 토론그룹으로 나뉜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고통과 분열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감소시킬 창조적 에너지를 하느님께로부터 찾을것인가?」「우리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평화의 누룩이 될 수 있으며 분열과 격리에 다리를 놓는자가 될 수 있는가?」「어떻게 투쟁과 묵상의 삶을 살 수 있는가?」등 질문을 토대로 각자의 어려움과 희망을 나눈다. 짧은 시간이라 충분히 대화를 나눌수 없는게 아쉬움이다. 언어장벽도 하루 이틀 지날수록 별 문제가 안된다. 마음이 통하다보니 모든게 쉽게 이해된다. 신뢰가 우리 안에서부터 이뤄져 간다.
저녁 공동기도 후에는 대기한 버스로 각자 숙소로 가서 저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손님을 특별히 환대하는것이 인도의 풍습이란다. 아무런 계산없이 순수하고 정겹게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처음에 가졌던 잘못된 선입견들이 벗겨진다.
기자가 머물렀던 곳은 가톨릭 가정. 현관에는 소박하게 구유가 장식돼있고 집안에는 예수성심 성모성심사진이 중심을 이룬다. 그앞에서 매일 저녁 가정공동기도가 30분이 넘게 이어진다. 토마사도에 의해 전래된 인도 초대교회의 믿음의 한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번 모임중 로욜라대학 본부 벽주위에는 각나라에서 준비해온 어린이 그림들이 붙여져 있었고 아시아 그룹끼리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또 로제수사가 매년 1월 1일「간디화 해상」을 시상키로했다면서 첫수상자는 2차대전 중 인간애를 실천한 폴란드 아니엘라 우바노비츠여사(86세)가 결정됐다고 발표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그런데 이번 모임은「국제 청소년의 해」를 마감하면서 인도 젊은이들을 위해 인도주교회의와 루터교, 그리이스 정교회가 공동 초청, 이뤄진것. 1년전부터 준비모임인「마드라스」를 중심으로 인도전역에서 실시됐다. 「마드라스」는「하느님의 어머니」란 뜻이란다. 인도정부는 이번 모임을위해 기차요금을 50% 할인해주는 혜택을 베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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