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리스도의 복음이「말씀」과「소식」으로 이루어졌음을 생각할 때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홍보 수단」이 바로 같은 성격을 띠고 있음을 새삼 각성하게 된다.
특히 금년 홍보의 날 주제는「현대 세계에 있어서 매스콤과 복음화」이다. 이 주제를 생각할 때 제2차 공의회의「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63년), 홍보 수단에 관한 교황청 사목훈령「일치와 발전」(71년)에 이어 교회가 계속하여 매스콤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가 중요할수록 우리는 그 근본 정신에서부터 자세를 가다듬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회가 증진시키고자 하는 홍보활동은 단순한 이기적 선전과는 전혀 다르다. 교회가 생각하는 바로서는 홍보활동이야말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 요구하는 기본 권리이며 사명이라는 것이다.
<생각할 자유와 알고 알릴 권리는 병행된다>고「일치와 발전」훈령이 가르치고 있다. 이어서 이 훈령은 종종 진실을 감추려 드는 사람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실 보도를 위해 봉사하는 기자들을 교회의 이름으로써 엄호하고 있다. (36)<생각할 자유>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간본성과 자연법의 발로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표현의 권리 즉<사실대로 알고 알릴 권리>도 보장되어야 인간 사회의 생활이 그 깊이에서부터 풍요해지며 사회의 발전이 성숙된다고 교회는 믿는 것이다.
한국 주교회의에「매스콤위원회」가 있고 평신도 단체로「가톨릭 저널리스트 클럽」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의례적인 행사라든가 친목을 위한 집회에 앞서서「언론 자유」라는 문제가 크리스찬 사도직으로서의 중심 과제이며 사명이라는 점이 항상 강조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이 한국 가톨릭 홍보활동에 있어서 환기시키고자 하는 첫째 項이다.
둘째, 아무리 좋은 정신과 원리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실천할 기구가 없으면 헛것이 되기 쉽다. 이번「세계 홍보의 날」을 맞이하여 교회가 제시한「현대에 시급히 요청되는 홍보 사도직에 관한 몇 가지의 의견」속에도<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회의 생활을 알리는>일에 홍보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때 교회 홍보의 대상은 교회 내의 신자들이기보다 일반 사회의 비신자들이다.
교회가 외부 사회와 소통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일치와 발전」에도 명시되어 있다. <교회의 대화는 신자들과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온 세상과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방법이요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는 섭리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동시대 사람들이 최근의 사건과 사상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 홍보 수단이 이런 반응을 반영해 준다. > (122)
이처럼 외부 사회와의 대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고 세상의 동태를 교회가 알아야 할 필요에서 교회가 운영하는 홍보 기구로서 대사회적인 가교가 있어야 한다. 종래에 이미 그러한 가교 역할을 한 것이「경향신문」과「창조」잡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지난날에 교회가 가지고 있던 홍보 기구마저 오늘날에 와서는 하나의 방송 기구마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교회의 역사가 절반쯤으로 젊은 개신교에서 기독교 방송국을 잘 운영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전교 2백주년을 바라보는 가톨릭 교회로서는 마땅히 반성하고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셋째 홍보 기구의 조속한 신설이 여의치 못하다면 우선 외부 사회의 매스콤 기관을 빌어서 활용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활용의 여건을 검토해 볼 때 교회가 의욕만 가지고 있다면 상당한 방송 시간을 사서 프로를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스미디어는 우리가 마땅히 선용하도록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선물이다. 산간 벽지라 하더라도 라디오 없는 마을이 거의 없는 오늘의 사회에 있어서 복음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활동에 충심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 최소한 각 교구 본부에는「매스콤센터」와「홍보 책임자」가 있어야 되겠다. <각 주교는 상임 대변인을 두어 직책상으로 교회의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교회의 문헌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서 쉽고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대변인 제도 외에도 정보 교환이 보장되어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는 한편 대중의 움직임과 여론과 소망을 알아 그것을 교회 지도자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하겠다.>
(일치와 발전174~175) 현재로서는 각 교구에 이 제도가 미비하고 혹은 전무하여 외부 신문사나 방송국 기자들이 교회에 무엇을 알아 보려고 찾아와도 누구를 만나야 할지조차 알 수 없으며 교회 쪽에서도 책임 있게 나서서 상대하고 안내하는 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것은 교회를 능동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일과는 반대로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부당하게 소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어떠한 규모로든 분명히 제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회 홍보 종사자들을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 이번 홍보의 날「주제에 대한 숙고」(교황청 매스콤위원회) 속에도이 점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
<홍보 수단에 종사하는 크리스찬들을 뒷받침하지 않고 격려하지 않는 처사, 그들의 사도직의 중요성에 대해 무관심한 처사는 우리의 빛을 됫박으로 덮어두는 셈이 된다>「일치와 발전」에서도 이미<각국의 주교회의는 전체 사목 계획 안에서 홍보활동에 최고의 관심을 가져야 하며 넉넉한 기금을 만들어 제공하기 바란다>(134)고 되어 있다.
오늘의 우리 교회 당국자들은 교회 내 신문ㆍ잡지ㆍ출판에 종사하는 신자들의 봉급이 사회 직장의 수준에 비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파악하여 그들의 인격생활을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격려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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