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그 속에서 정신적 세계를 상실한 채 불안과 초조를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 이들에게 종교란 과연 무엇을 안겨 주나? 다음은 지난 9일 대전 가톨릭문화회관에서 열린「대전 시민을 위한 교양 대강좌」서 가진 김동억 신부의「종교와 인생」이란 주제의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註>
현세기의 위대한 역사가인 토인비는『불행하 이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예술의 총화인 종교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를 단절의 시대, 비인간화의 시대, 또는 부조리 불신 불안을 합하여 三不시대라고 개탄들을 한다.
과학과 물질문명이 발달되어 생활이 향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불행의 도가 더욱 심화되어가니 당연한 말인 것 같다. 사람이란(人=ノ+\) 글자가 하나로 이뤄지지 않고 둘이 서로 받쳐 주고 있듯이 인간은 육체적 욕구 충족으로 행복할 수 없는 정신적 내면적 가치 즉 영원한 진ㆍ선ㆍ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불안 초조 불행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물질 돈 명예 권력 등 외적 선에 사로잡혀 내면세계를 상실함에서 오는 공허와 불균형에서 오는 것 같다.
과학문명이 인생의 외적 행복을 도모해 준다면 종교는 인생을 더욱 깊고 넓게 본질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인생=「사람이 산다」는 말은 간단하지만「삶」이란 그 자체가 너무도 깊은 의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두 마디 말이나 몇 권의 책으로 간단하게 해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철학가 작가 사상가뿐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나는 무엇인가」스스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못 박을 수 없는 복잡하고 숭엄한 실존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대하여서도 저주하고 반항하고 때로는 예찬도 하게 된다.
만일 인생을 어느 틀 속에 집어넣을 수 있거나 수학의 공식처럼 해결할 수 있도록 획일적 존재라면 그 많은 철학 예술 등이 탄생될 수도 없을 것이며 인생이 단조롭고 인간미의 다양성을 상실함으로써 인생 자체를 환멸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모파상의 말대로 그리 슬프기만 하거나 그리 기쁘기만 한 것도 절대적으로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도 아니다.
인생의 가치와 의의, 그리고 행과 불행은 각자의 인생관=목적관을 어떻게 설정하고 생을 어떻게 영위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칸트는『지상에 신의 나라를 실현하는 것이 인류의 최고 목적이며 희망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이 천국을 가깝게 해 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마음 속에 神國을 세우지 않고 종의 나라를 세웠다』고 갈파한 것처럼 너무도 지상적이며 피상적인 것을 찾으려고 하고 인생의 본질적인 것을 잃어 버리기에 방황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종교는 현세에서의 인간생활을 올바로 지도해 주고 보람을 갖도록 해결해 줄 뿐 아니라 숭엄한 인생의 근본문제를 해결해 준다.
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데 신앙을 흔히 약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오늘의 불행한 원인이 불신사조인 것처럼 인간 사회에 믿음이 없다면 어떤 계약이나 우정 결혼 등 인간관계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며 차를 타고 다니지도 약을 먹을 수도 솔직히 말해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1백% 확신이란 없지만 믿음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것과 같이 종교에 있어서 이성을 초월하는 교리가 있더라도 보다 복되고 값진 생활을 위해 종교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종교의 어원이(Re’eligere←다시 묶어 매다 다시 선택하다) 뜻하는 것과 같이 인간은 하느님의 분신이기 때문에 늘 그분을 향하도록 되어 있으며 성 아우구스띠노의『주여 당신의 품 안에 쉴 때까지는 평안할 수 없나이다』말처럼 인간은 절대자를 향유하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
미국의 한 과학자가 분석한 대로 인간을 물질적으로 해부하여 그 값을 따지면 불과 1달러 21센트밖에 안 되지만 인간은 물질적으로 따질 수 없는 숭고한 존재이다.
그것은 인격적 존재이고 이는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이다.
종교는 현생활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을 고양시킬 뿐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계전「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목적과 의의를 깨닫게 하여 인간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 인간의 행복은 이 한마디로 다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종교와 인생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며 개인이나 국가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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