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성년 중앙위원회에서 파견한 오쇼너씨 신부는 세계 각국의 성년 행사를 시찰할 목적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나라를 순방하던 중 최근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그분이 제시한 성년의 취지와 한국 교회의 성년 행사 추진 현황을 살펴볼 때 반성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성년의 근본 취지는「화해」와「쇄신」에 있는 만큼 모든 성년 행사는 이 주제에 맞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중요성의 순서대로 말하면 첫째 각국에서는 그 나라 형편에 따라서 헤어진 가정의 재건ㆍ반목하는 본당이나 교구 풍토의 개선ㆍ타교파와의 화해ㆍ교회와 사회와의 화해ㆍ신자 사이나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의 문제 해소 등 실지로 화해와 쇄신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운동을 벌일 것이다.
둘째 이러한 화해와 쇄신의 구체적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순례나 기타 행사를 할 것이며 전시 효과를 위한 행사는 그것이 비록 전례적인 행사일지라도 앞서 말한 구체적 운동 없이 행사만 치룬다면 전혀 무의미한 행사이다.
셋째 이러한 운동과 행사로서 내적 정화의 준비가 된 사람에게 교황께서는 최고 목자의 대답으로 성년 특별 은사를 베푸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년이 특별 은사를 얻기 위한 특별 행사를 하는 해로 오인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성년 동안「로마」에 순례하는 것은 지방 교회에서 뜻 있게 거행한 성년의 정신으로 가톨릭의 일치를 상징적으로 표시하는 행사이므로 기도와 고행의 여행이지 절대로 관광 여행이 아님을 명심할 것이다.
이상 세 가지 지적된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교회는 전반적으로 이 취지에 완전히 부응했다고는 볼 수 없다. 성신강림절부터 성년이 시작되어 1년이 되었지만 각 교구에서 산발적으로 거행된 전례 행사 외에는이렇다할 구체적인 화해운동이 보이지 않는다.
주교회의에서는 성년중앙위원회마저 구성하지 아니 했고 주교상임위원회는 전국 대회를 개최한다는 원칙만 정하여 일체의 추진문제는 교구 실무자 회의에 위임하였으며 실무자 회의는 이제야 전국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얼마 후에 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 실무자단을 구성하고 실무자들은 10월 어느날 서울에서 미사를 드리는 전례 행사로서 성년 전국대회를 치룬다고 할 것이다.
「로마」순례문제를 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돈 있는 신자들이 관광 기분으로「로마」에 다녀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로마」중앙위원회는 지방교회에서「로마」에 파견하는 순례단이 지방교회의 공식 대표단이기를 요구한다.
부자들의 나들이가 아닌,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로 구성된 교구 대표단을 종합한 한국 교회 대표단을 조직하여 주교단의 위임을 받은 주교가 인솔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소문으로 들리던「로마」순례단 조직은 전면적으로 그 양상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지방교회의 성년은 금년 성탄전야(12월 24일 자정)에 끝난다.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전례 행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냉담자 회두사업ㆍ파괴된 가정의 재건사업ㆍ불목한 신자 사이의 화해사업ㆍ본당 내 파벌 타파ㆍ교구 내 파벌 반목 불신 해소ㆍ교파 간의 일치운동ㆍ대사회관계 개선ㆍ불우한 동포 원조ㆍ마지막으로「로마」파견 순례단 조직 등을 교구마다 본당마다 구체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추진해야 되겠다.
구체적 프로그램을 논한다면 앞에서 예시한 항목들을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에 월별로 한 가지씩 선택하여 좌담회나 토론회 같은 모임을 가지고, 거기서 모색한 방법을 각 가정이나 본당이나 단위 기관에 적용하고 본당 단합 모임 등을 개최하며 교구에서는 성직자 묵상회나 신심단체 액션단체의 모임에서 화해를 주제로하여 반성 검토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운동은 성년에 국한될 것이 아니지만 흔히 추상적으로 논의되는 이런 일들을 성년을 계기로 하여 지속적인 운동으로 발전하도록 조직해야 할 것이다.
「로마」순례단 조직에 관해서는 교구 실무자 회의에서 각 교구 성직자 1명 수도자 1명 남교우 1명 여교우 1명 정도의 대표를 합하여 전국 순례단을 조직하도록 합의한 바 있으므로 각 교구는 이 점을 반영해야 될 것이며 특히 평신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현재 사도직에 몸소 깊이 참여하고있고 앞으로도 교회나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택하여야 할 것이다. 성년 행사 추진 상황을 반성하면서 우리가 특히 주교단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방에 성년이 선포되고 나서 두 차례의 정기 주교회의가 있었고 여러 차례 상임위원회가 있었지만 작년에 발표된 막연한 성년교서 한 장 외에는 아무런 지도 방안도 들어 본 바 없다. 신자들 중에도 聖年을 成年으로 받아들인 희극이 비일비재한 이때에 좀 더 피부에 닿는 사목이 아쉽다.
앞으로 주교회의는 자질구레한 사무적인 사항은 교구 실무자 연석회의나 주교회의 사무처에 위임하고 좀 더 원칙적이고 전국적인 사목 사항에 관하여 분명한 지도 노선과 시행 방법을 제시하여 한국 교회를 다양성 안에서 통일적으로 이끌어 주기를 간청하여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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